국민정서(외언내언)

국민정서(외언내언)

입력 1994-07-11 00:00
수정 1994-07-1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김일성은 사망했으나 우리의 고통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그에 대한 감정의 표현부터 사실은 자유로워지지 않고 힘들어졌다.지금 대부분의 공식적 표현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었기에 「아쉽다」「애석하다」「착잡하다」는 등의 범주에 있다.그러나 시민의 반응엔 「매우 기쁘다」「속 후련하다」가 서슴없이 나오고 「아쉽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까지 당당하게 나타난다.

KBS는 방영하던 프로를 중단하는 곤욕까지 치러야 했다.8일 하오 6시 폴란드제작 다큐멘터리 「인류최후의 황제 김일성」은 빗발치는 시청자들의 항의에 못이겨 송출 31분만에 막을 내렸다.동양적 윤리로 대부분 인간의 죽음은 용서를 의미한다.그럼에도 김일성에게는 죽음으로써도 용서되지않는 국민적 감정의 응어리가 별도로 크게 한덩어리 있다는 것을 KBS가 잠시 잊었던 듯싶다.

이 프로는 실은 2년전 방영돼 낯익은 것이었다.그러나 사망하고서는 수용되지 않았다.이 미묘함이 바로 우리만의 어려움이다.그는 6·25전범이었고 끝내 스스로 이 전쟁에 대한 용서를 민족에게 빌지 않았다.그러니까 남북 최초의 정상회담이라도 성사시켰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또 하나의 바람도 사실은 얼마든지 반격과 비난을 받을수 있는 생각이다.

이 변하지 않는 국민감정의 한부분은 세월만이 해결할수 있을지 모른다.그러나 그 세월은 아직 멀고,그 이전 우리는 통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그러면 이 감정은 또 가장 큰 갈등과제일 것이다.정치적­경제적­세대간적 갈등으로부터 집단적­상대적 갈등에 이르기까지 극복해야할 장애가 한둘이 아니나 특히 이 「엄연한 사실로서의 심정적 거부」의 갈등은 결코 쉽게 해소되지 않을것이다.

결국 우리는 과거를 다시 정리하거나 또는 더 거슬러올라가 전통문화에 근거한 동질성 확인을 통해서가 아니라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을 통해서만 통일을 이룩해 갈수 있을 것이다.

더욱 힘든 때를 맞고 있다.
1994-07-11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