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반세기… 달라지는 남북접촉 모습/총리회담과 “대조적”

분단 반세기… 달라지는 남북접촉 모습/총리회담과 “대조적”

이도운 기자 기자
입력 1994-07-08 00:00
수정 1994-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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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수행원 이북출신 거의 없다/문민정부 들어 북출신 대부분 은퇴/“북 속마음 읽기 힘들것” 일부선 우려

남북한 정상회담을 보좌하기 위해 곧 구성되는 정부 수행단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북한 출신인사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8차례에 걸쳐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이루어진 남북고위급회담(2,4,6,8차는 평양에서 개최)의 남측 수석대표는 공교롭게도 모두 북한출신이었다.1∼3차 남북 고위급회담의 남측 수석대표였던 강영훈전국무총리는 평안북도 창성,4∼8차까지 수석대표를 맡았던 정원식전총리는 황해도 재령이 고향이다.

또 1∼3차 고위급회담의 우리측 차석대표였던 홍성철전통일원장관도 황해도 은율 출생이며,1∼8차 모든 회담에 참가한 임동원전통일원차관이 평북 위원,4차회담 대표였던 송한호전통일원차관이 평남 평원,8차 회담 대표였던 공로명당시외교안보연구원장이 함북 명천 출신이다.

남북회담에 참가하는 남측 대표가 북한출신이라는 사실은 알게 모르게 회담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일단 서로 말문을 열기는 편해진다.정원식전총리의 고향인 재령은 탐스러운 능금이 열리는 것으로 유명한 고장이다.자연스럽게 사과 얘기가 화두로 나오게 되고 쉽게 대화가 이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본의 아니게 북한측의 정치선전에 이용될 우려도 있었다.지난 90년 10월16일부터 19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남북고위급회담 당시 북한측은 공식일정이 끝난 늦은 밤에 강영훈수석대표와 홍성철차석대표를 찾아가 『친척들이 가까운데 살고 있으니 한번 만나보라』고 기습적으로 제안했다.강총리와 홍장관은 혈육을 그리는 마음에 순수한 의미로 제의를 받아들였으나 뒤에 우리측 내부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변했다.물론 고위급회담과 정상회담은 차원이 다르기도 하다.

김영삼대통령은 누구나가 다 알듯이 경남 거제출신이다.북한에 다녀온 적도 없고 북한과 특별한 인연도 없다.

방북 수행원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당연히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이홍구부총리겸 통일원장관(서울),박관용청와대비서실장(부산),정종욱청와대외교안보수석(경남 거창)),구본태통일원통일정책실장(경남 산청),윤여전총리특보(충남 논산)등 누구도 북한과는 별로 인연이 없는 인사들이다.또 청와대와 통일원·외무부·경제기획원·국방부등에서 수행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도 대부분 남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거의 유일하게 청와대의 김기수수행실장만이 함남 함흥 출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측 대표단에 북한출신 인사가 드물어진 것은 정부가 인위적인 변화를 주었기 때문은 아니다.그 보다는 우리사회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북한출신 인사들은 나름대로 독립된 세력을 형성해왔고 정권담당자들도 이들을 인정,요직에 등용해왔다.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들이 점점 고령화되면서 이제는 현직에 남아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북한의 속마음까지 이해할 수 있는 인물들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한다.실제로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에 나섰던 이홍구부총리나 정종욱외교안보수석,윤여전총리특보 등은 모두 북한과의 대화경험이 전혀 없어 걱정의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그러나 이부총리 등은 정상회담이라는 커다란 합의를 무리없이 도출,출생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다만 이제 남한에서 북한출신 인사들을 점차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는 것은 분단의 세월이 그만큼 길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더 늦기전에 통일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이도운기자>
1994-07-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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