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연출/김정일(굄돌)

신의 연출/김정일(굄돌)

김정일 기자 기자
입력 1994-07-02 00:00
수정 1994-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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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끝났다.아니 한국의월드컵이 끝났다.월드컵을 보면서 새삼 느낀 것은 인생에서 기회가 왔을때 확실하게 붙잡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이고 그 기회를 놓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는 것이다.모두들 잘 싸웠다.하지만 마음 속에 간직한 열등감을 털어버리진 못했다.스페인이고 독일이고 볼리비아고 그들의 막강 전력의 소문앞에 이리저리 허비하다가 뒤늦게 그들이 종이 호랑이고 자기가 진정한 호랑이 인줄 깨닫고 몰아붙치다 타임아웃을 맞았다.이번 월드컵은 나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자신감에서 그러하다.처음부터 확신과 자신감을 갖고 치밀하게 도전한다면 세계무대에서도 충분히 앞서 날갈 수 있다.언제까지 그들의 과거를 공부하고 답습할 것인가! 우리에게는 우리의 패션이 있지 않은가! 우리의 패션으로 자신감을 갖고 밀어 붙인다면 세계무대를 휩쓸지 못할 이유가 없다.

스페인과 비겼을 때 받은 감동은 엄청난 것이었다.온 국민이 다 그러했을 것이다.그것은 문자 그대로 한편의 드라마였다.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독일을 후반에 맹추격했을 때 또한 그러했다.숨을 죽이다 못해 숨을 멈춘채 본 한판이었다.그러나 게임은 끝났다.그리고 진한 감동에 뒤이어 월드컵 우울증이 휘몰아쳤다.너무나 아쉬웠다.아마도 이것은 신의 연출이리라.카타르에서부터 댈러스에까지 끈질기게 극적으로 끌어온 연출 의도이리라.사우디가 선전하면서 우리들의 우울증은 더욱 깊어가지만 신은 아마도 이렇게 얘기하고 있을 것이다.

『인생에서 기회는 세번뿐이다.나는 너희에게 세번의 기회를 주었다.카타르,스페인,독일.너희들은 마지막 기회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최선을 다하는 자는 촌음도 방심하지 않는다』 아마 이번 월드컵의 감독은 우리나라 사람들,아니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아픈 자극이 될 것이다.세계적이 되려고 하는 자들에게 어설픈 열등감이나 촌음의 방심이 얼마나 후회스러운 것인지를….<신경정신과 전문의>

1994-07-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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