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끝날 줄 몰랐다” 풀죽은 목소리
30일 하오 장마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는 서울 중구 명동성당앞 지하철노조원들의 농성장.
파업농성이 7일째 계속되고 있었지만 인원이 전날밤부터 급속히 줄어든데다 각종 구호도 거의 찾아볼수 없어 파장분위기가 물씬 났다.
전날밤의 폭우로 일시 귀가했던 노조원들이 이날 상오부터 시작된 경찰의 입구봉쇄로 복귀하지 못해 고립무원상태가 된 1백여명이 천막안에서 삼삼오오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표정에서는 더이상 투쟁의지를 찾기란 힘들었고 우선 비 피하기에 여념이 없는듯 했다.
『오늘 저녁에 위원장이 파업중단선언을 한다든데…』
『복귀하자는 노조원들은 조계사로 모이라는 긴급지시가 내렸다는데…』
확인되지 않은 여러 풍문은 계속 나돌았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자신있게 말하지 못했다.그동안 이들을 지휘하던 중간급 간부마저 빠져버려 졸지에 오합지졸 신세가 된 이들에게 귓불을 때리는 것은 『성당을 제발 비워달라』는 독촉뿐이었다.
성당측은 지난 26일부터 『특별한명분도 없이 시민의 발을 묶어놓은 사람들을 무한정 머무르게 할수는 없다』며 노골적으로 나가줄 것을 요구해왔다.
더욱이 이날 정오쯤에는 명동성당에 김수환추기경과 강원용목사·이세중대한변협회장등 각계 원로들이 나와 파업근로자들의 현업복귀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 성당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여온 근로자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미 집행부와 연락이 끊긴 이들로서는 어떠한 결정도 내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파업이 더이상 무의미하다는 공감대가 이들사이에 이미 번져있었지만 그렇다고 파업중단을 외칠 분위기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지루하게 전개되던 농성과는 달리 이들의 바람은 의외로 빨리 이루어졌다.
모든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노조지도부는 이날 하오 7시 명동성당에서 조합원 비상총회를 열어 파업중단을 전격선언했다.
『9천 동지들의 이름을 빌려 7월 1일부터 전노조원들이 현장에 복귀할 것을 명령한다』고 김연환위원장이 울먹이며 선언하자 조합원들은 관성적으로 『투쟁』을 외쳐댔지만 이미 「전의」는 상실한 채였다.
어둠이 깔릴 무렵 명동성당을 하나 둘 빠져나오는 지하철 노조원들의 어깨가 왠지 무거워 보였다.
30일 하오 장마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는 서울 중구 명동성당앞 지하철노조원들의 농성장.
파업농성이 7일째 계속되고 있었지만 인원이 전날밤부터 급속히 줄어든데다 각종 구호도 거의 찾아볼수 없어 파장분위기가 물씬 났다.
전날밤의 폭우로 일시 귀가했던 노조원들이 이날 상오부터 시작된 경찰의 입구봉쇄로 복귀하지 못해 고립무원상태가 된 1백여명이 천막안에서 삼삼오오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표정에서는 더이상 투쟁의지를 찾기란 힘들었고 우선 비 피하기에 여념이 없는듯 했다.
『오늘 저녁에 위원장이 파업중단선언을 한다든데…』
『복귀하자는 노조원들은 조계사로 모이라는 긴급지시가 내렸다는데…』
확인되지 않은 여러 풍문은 계속 나돌았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자신있게 말하지 못했다.그동안 이들을 지휘하던 중간급 간부마저 빠져버려 졸지에 오합지졸 신세가 된 이들에게 귓불을 때리는 것은 『성당을 제발 비워달라』는 독촉뿐이었다.
성당측은 지난 26일부터 『특별한명분도 없이 시민의 발을 묶어놓은 사람들을 무한정 머무르게 할수는 없다』며 노골적으로 나가줄 것을 요구해왔다.
더욱이 이날 정오쯤에는 명동성당에 김수환추기경과 강원용목사·이세중대한변협회장등 각계 원로들이 나와 파업근로자들의 현업복귀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 성당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여온 근로자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미 집행부와 연락이 끊긴 이들로서는 어떠한 결정도 내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파업이 더이상 무의미하다는 공감대가 이들사이에 이미 번져있었지만 그렇다고 파업중단을 외칠 분위기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지루하게 전개되던 농성과는 달리 이들의 바람은 의외로 빨리 이루어졌다.
모든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노조지도부는 이날 하오 7시 명동성당에서 조합원 비상총회를 열어 파업중단을 전격선언했다.
『9천 동지들의 이름을 빌려 7월 1일부터 전노조원들이 현장에 복귀할 것을 명령한다』고 김연환위원장이 울먹이며 선언하자 조합원들은 관성적으로 『투쟁』을 외쳐댔지만 이미 「전의」는 상실한 채였다.
어둠이 깔릴 무렵 명동성당을 하나 둘 빠져나오는 지하철 노조원들의 어깨가 왠지 무거워 보였다.
1994-07-0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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