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지하철(외언내언)

아! 지하철(외언내언)

입력 1994-06-30 00:00
수정 199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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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파업 기간 딱 한번 버스를 탔다.지하철로 40∼50분 걸리는 퇴근길이 그날은 2시간30분으로 늘어났다.다음날 아침 출근길 전철승객들이 실신해 쓰러지는 사고가 일어났지만 그래도 버스보다는 지하철이 편리하다는 생각에서 지하철로 다시 출퇴근하고 있다.

지하철의 편리함은 그것을 타본 사람들만이 안다.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측은하게 여기기까지 한다.그들은 승용차족을 『쓸데없는 고생을 사서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서울의 지하철은 외국의 지하철에 비하면 불편한 점이 많다.더러운 뉴욕지하철보다는 깨끗하지만 사통팔달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파리의 지하철에 비하면 주먹구구식으로 설계된 듯 빙빙 돌아가는 지그재그노선이 짜증스럽다.

승객이동량도 계산하지 않은 듯 주요환승역은 비좁고 이용객이 적은 변두리역은 널찍해서 한심스럽다.내린 자리에서 돌아서기만 하면 다른 노선의 지하철로 갈아탈 수 있게 된 홍콩지하철에 비하면 산 넘고 물 건너는 식의 대장정을 강요하는우리 지하철환승통로는 바쁜 승객들의 울화통을 터뜨리게도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이전의 서울지하철은 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할 만큼 질서와 조화속에 운행됐다.지하철을 갈아타는 승객들이 환승통로를 걸어가는 시간까지 정확히 계산한듯 혼잡한 인파가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하면서 자연스럽게 두 노선이 연결되도록 지하철이 운행됐던 것이다.종합사령실의 컴퓨터작동에 의한 것이겠지만 원시적인 지하철설계의 문제점을 충분히 보완할만큼 세련된 운행이었다.그래서 터무니없이 긴 환승통로를 승객들은 「운동삼아」 걸을 수 있었다.

오늘부터 정상화되는 지하철이 질서와 조화의 아름다움을 다시는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그런 점에서 첨단장치도입에 의한 역무자동화가 더욱 확대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1994-06-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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