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한비와의 통합 기습제의 배경/경쟁입찰 막기 “고육지책”

동부/한비와의 통합 기습제의 배경/경쟁입찰 막기 “고육지책”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1994-06-23 00:00
수정 1994-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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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력 등 삼성에 밀린다” 판단,실익챙기기 선회/정부도 「경영권포기」 승부수 주목/삼성선 “한비 삼키려는 술수” 비난

동부는 『오로지 비료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농민 보호를 위한 결정』이라며 『울타리를 사이에 둔 한비와 통합하면 생산비를 20% 절감,농민의 부담을 덜면서 비료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동부가 「고육지책」을 쓴 것이라고 본다.특히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방식을 보완하려는 시점에서 한비와의 통합을 공식적으로 들고 나온 데 주목한다.한비 민영화 방정식의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부의 경영권 포기는 정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특혜 시비를 누그러뜨리고 비료산업의 특수성도 감안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박운서 상공자원부 차관도 『한비의 재입찰이 유찰되면 민영화 방안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말해 동부의 요청에 설득력을 부여한 것처럼 보인다.

동부는 경영권 포기라는 부담이 있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이 더 시급하다고 본다.「돈 놓고 돈 먹는」입찰에 나서봤자 삼성에 이기기 어렵고,결국 비료산업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입찰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동부는 지난 달 한비 주식의 입찰 불참과 삼성의 들러리 시비로 대외 입지가 상당히 강화됐다고 생각한다.때문에 한비 문제를 계속 여론화하는 게 유리하다고 보고 「통합 전제하의 경영권 포기」라는 묘수를 던진 것이다.

동부의 관계자는 『통합되더라도 동부가 지닌 30·8%의 지분으로는 경영권을 장악할 수 없기 때문에 특혜가 아니다』라며 『삼성과 협의해 전문 경영인을 두면 경영권 시비도 안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삼성에도 협상을 제의한 셈이다.

허를 찔린 삼성은 「눈가리고 아웅」이라며 『한비를 통째로 삼키려는 술수』라는 반응이다.처음에야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겠지만 나중에 경영권을 갖기 위해 무슨 일을 꾸밀지 모른다고 불신한다.

어쨌든 동부의 기습 제의로 한비의 민영화는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재입찰은 제2,제3의 들러리가 나오지 않는 한 유찰될 것이고 결국 정부와 당사자간의 협상이 해결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과연 경영권 포기를 전제로 한비와 동부의 통합이 이뤄질지 또 다른 대안이 제시될지 주목된다.<백문일기자>
1994-06-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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