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선 안될 본고사 폐지(사설)

서둘러선 안될 본고사 폐지(사설)

입력 1994-06-14 00:00
수정 1994-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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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위원회의 「대학입학제도 긴급대책안」은 너무 성급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95학년도 대학입시에서부터 대학별고사,즉 본고사를 폐지하도록 대통령께 건의하겠다는 교개위의 발상은 「백년대계」이 교육의 기초를 흔드는 위험한 짓이다.

수학능력시험과 내신성적 및 본고사의 3개축으로 구성된 새 대학입시제도가 시행된지 불과 1년만에 대학입시의 근간을 바꾸겠다는 생각은 말할 것 없고 당장 올해 고등학교 3학년들이 치를 입시부터 적용하겠다는 것은 성급하다 못해 무모한 것이다.이미 발표된 각 대학의 입시요강에 맞추어 수험준비를 하고 있는 전국의 수험생과 그학부모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청와대와 교육부가 당장의 전격적인 본고사폐지를 반대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너무 서둘지만 말고 좀 더 시간을 두고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해서 신중하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본고사의 역기능은 심각하다.교개위가 지적했듯이 본고사 과목이 국어·영어·수학에 편중되어 고등학교 교육에 파해을 가져오고 있으며 과열과외 현상을 재발시켜 「과외망국론」이 다시 등장할 정도가 됐다.입시제도가 개선되어 궁극적으로는 본고사가 폐지되어야 한다는데 많은 전문가들이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본고사 폐지는 중장기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신중히 실시해 나갈 일이지 하루아침에 처리할 일이 아니다.7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처음 실시된 새 대학입시제도에 본고사가 포함된것은 그 나름의 순기능을 또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대학으로서는 수능·내신·본고사 3개의 학생선발 방법중 가장 변별력이 높은 것으로 본고사를 꼽고 있으며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1∼2하견때 내신성적이 나쁘더라도 본고사가 그것을 만회할 소중한 기회가 돼 학습동기를 유발한다.더욱이 논술고사는 국민학교에까지 「쓰기 생각하는」교육방법이 도입되게 할 만큼 교육의 질을 바꾸는데 큰 기여를 한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본고사가 폐지되려면 수능시험과 내신제도의 허점이 개선되어 그것만으로도 선발기능과 학습동기 등의 유발을 충분히 해낼수 있게 해야 한다.그러나 교개위가 제시한 개선방안은 의욕만 앞섰지 실현가능성에 문제가 있다.

교육은 제도보다는 운영이 중요하다.또한 우리교육의 문제는 제도보다는 의식에서 비롯된 부분이 많다.개혁의 당위성만 내세우고 성급하게 제도를 자주 고치는 것은 헝클어진 실타래를 더욱 헝클어지게 할 가능성이 높다.갑작스런 본고사폐지는 지난봄 예술·체육계 고등학교 내신 산출방법 변경을 둘러싸고 이해가 엇갈린 집단간에 첨예한 대립이 있었듯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1994-06-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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