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보는 청소년들의 눈길은(박갑천칼럼)

일본을 보는 청소년들의 눈길은(박갑천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4-06-01 00:00
수정 1994-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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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경」은 고대중국의 지리책이지만 기서라 말하여지는 신화집이기도 하다.황당무계한 얘기들로 이어져 나간다.

가령 해경(해경:해외남경)에 나오는 삼수국사람들은 한몸에 머리가 셋이 달려있다.같은 해경의 대황서경에도 그런 사람 얘기가 나온다.『대황의 한 가운데에 대황산이 있다.해와 달이 지는 곳으로서 이곳의 어떤 사람은 얼굴이 셋인바 그는 전욱(전욱:중국전설에 나오는 오제의 하나)의 아들이다.세개의 얼굴을 가진 사람(삼면인)은 죽지 않는다』.작가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신비와 로망의 세계를 마음껏 펼쳐보여 흥미롭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일본을 그같은 세개의 얼굴로 보고 있다.물론 괴물로서 그렇게 본것은 아니다.공보처가 전국 1천6백명 청소년을 대상으로한 여론조사결과에 그렇게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앞으로 우리나라가 가까이해야 할 나라』로서 일본을 꼽았고(33.8%:2위 미국의 23.1%)『가장 본받아야할 나라』로서 일본을 들었는가 하면(61.4%:2위 독일의 11.2%)『경계해야할 나라』의 으뜸으로도 일본을 가리킨다(48.9%:2위 미국의 19.1%).우리 청소년들에게 비치는 일본의 얼굴은 생청스럽다.

『누에와 같다』고 하는 일본말을 떠올려본다.그들의 헤이케모노가타리(평가물어)에 미나모토노요리마사(원뢰정)가「누에」를 퇴치했다는 얘기가 나온다.76대 고노에(근위)임금을 놀라게한 누에라는 괴물은 머리가 원숭이,몸뚱이는 너구리,꼬리는 뱀,손발은 호랑이 같았다던가.그에 연유하여 정체불명의 인물이나 모호한 태도등 기이한 느낌을 주는 것에 대해 쓰고있는 말이다.우리 청소년들은 일본에서 그 누에의 모습을 본다는 것인가.

이웃사촌이라 했다.역사를 되짚어보느라면 사막한 일도 적잖이 저질러온 일본이지만 그러나 거기에 묻혀 현실을 도외시해서는 안되겠다고 하는 인보의식이 우리 청소년들에게 있는것 같다.그런 너볏한 생각이 앞으로 가까이해야할 이웃으로 점찍은것 아닐까.

일본사람을 이르면서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친절하고 예절바른 국민이라고들 말한다.그 바탕 아래 패전국이면서도 지구촌의 경제대국으로 지금 떠올라 있다.본받아야 할 나라로 손꼽은 까닭이 그런데 있는 듯하다.그러면서도 경계해야 할것 또한 잊지 않는다.일부 국수주의자들의 소사스러운 언행뿐 아니라 군사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현실을 주의깊게 보고 있는 때문이리라.



상대를 바로 볼수 있을때 대처 또한 바로 해나갈 수가 있다.우리 2세들의 눈길은 밝고 형평감각도 있어보인다.불행한 일은 다시 또 없어야 한다.
1994-06-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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