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오렌지족 폐해(인성위기 신세대:중)

수입 오렌지족 폐해(인성위기 신세대:중)

박선화 기자 기자
입력 1994-05-28 00:00
수정 1994-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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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락·퇴폐 무분별 모방… 국내 옮긴다/즉흥적 욕구충족 위해 범죄도 서슴없이/부모 허영심·과잉보호에 윤리의식 마비

「신세대」란 70년대 이후에 태어나 물질적 어려움없이 자란 세대를 일컫는다.

기성세대와 달리 배고픔을 모르고 충효로 대변되는 전통가치관이나 공동체의식도 약하며 물질적·즉흥적 만족을 추구하는 개인주의적 사고와 행동양식을 지닌 청소년들.

이들은 자유분방한 언행과 감각적인 복장및 헤어스타일등의 유행을 좇으며 기존의 권위나 문화등에 이유없는 저항감을 갖고 있다.

주로 연예인등 대중스타를 꿈꾸며 공부 대신 레게음악과 스포츠·영화·TV·오락에 탐닉하고 어렵고 힘든 일은 싫어하나 개성이 강해 때로는 기발함과 발랄함이 넘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신세대문화에서 단점만을 흉내내 향락·퇴폐를 일삼고 범죄조차 서슴지 않는 이른바 「오렌지족」이 극성을 부리면서 결국 돈때문에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사건까지 발생한 것이다.

신세대의 이단아(이단예)인 이들 오렌지족은 대부분 재벌이나 졸부 가정출신으로 황금만능에 젖어 「어떤 짓도 할 수 있다」는 비뚤어진 생각으로 가득 차있다.

오렌지족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부류가 「수입 오렌지족」이다.

이들은 도피성 해외유학을 통해 외국의 물질만능주의등 나쁜 점만을 습득,현지에서 퇴폐적인 생활에 빠지거나 한국을 오가며 갖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오렌지족의 범죄나 퇴폐행각은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지난 2월 영국·미국등지에 유학중 방학을 맞아 돌아온 재벌과 사회지도층 인사를 부모로 둔 수입오렌지족들은 서울 강남에서 고급승용차를 타고가다 소형승용차가 끼어들자 운전자를 집단폭행하여 충격을 주었다.

또 91년 12월에는 외국유학중인 고교생 8명이 용평리조트에 놀러갔다 중학동창이 몰라본다며 숙소로 찾아가 흉기등을 휘두르기도 했다.

주부 김모씨(50)는 『대학을 실패하고 군대를 마친 24·26세 두 아들이 무위도식해 일본에 어학연수를 보냈으나 공부는 않고 되돌아와 여자친구와 어울리는등 오렌지족 생활에 빠져있다』고 한숨지었다.이러한 일부 신세대 또는 오렌지족들의 행태는 무엇보다 가정교육의 부재와 학교·제도교육의 총체적 부실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부장적 대가족제도가 핵가족화되면서 「내자식이 최고」라며 자녀들을 무조건 감싸는 부모의 과잉보호와 허영심등이 자녀를 망치고 있다.

또한 자녀교육의 소홀함이나 가정의 문제점은 물질적인 방법으로 보상하기만하면 그만이라는 일부 부모들의 잘못된 자녀관등이 오렌지족을 양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대 차재호교수(심리학과)는 『일부 비행 청소년들의 탈선과 패륜적 행동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릴적부터 돈과 출세를 강조하기보다 가족간의 사랑과 우애,정직하게 노력하는 생활관을 갖도록 가정교육이 복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문대를 나와야만 제대로 행세할 수 있는 사회인식과 취업구조,입시위주의 제도교육 역시 건전한 상식과 양식을 갖춘 시민을 양성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있다.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진학문제(37%)·성적문제(35%)이며 이 때문에 청소년의 46%가 비행이나 자살의 충동을 느낀다는 군산YMCA의 최근 설문조사를 깊이 음미해봐야 한다.

특히 신세대들의 방황에는 기성세대가 전통가치를 대신할 새로운 가치관을 80년대이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으며 교육적·사회적·문화적 환경마련에 인색한데도 있음을 인식,더이상 「남의 자식 보듯」 방관해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박선화기자>
1994-05-2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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