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시추에이션극 「박봉숙변호사」를 보고(TV 주평)

SBS 시추에이션극 「박봉숙변호사」를 보고(TV 주평)

함혜리 기자 기자
입력 1994-05-11 00:00
수정 1994-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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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내용 “함량 미달”… 흥미 반감

외국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그 직업이 특별히 의미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들 주변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무한정한 이야기 때문이다.

수많은 소송거리들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인간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얽히고 설킨 상황들이 극의 소재로서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탓이다.대부분 기승전결이 확실하며 고도의 복선이 깔리는 이들 드라마는 보는 이로 하여금 주인공 변호사와 함께 사건을 풀어 나가는 듯한 묘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상황이 급진전될 때에는 손에 땀을 쥐기도 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 법정에서 멋진 변론을 하고 무죄판결이 내려지면 함께 통쾌해 하기도한다.

그러나 SBS가 일요일밤 방영하는 주간 시추에이션 드라마 「박봉숙변호사」는 이런 기대감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 실망만을 안겨준다.

지난 8일밤 방영된 「비닐하우스의 연인」은 최초의 여성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등 모처럼 신선한 소재를 선택한데 대해 관심을 가졌던 시청자들을무색케 했다.극의 내용 구성은 밋밋하기 짝이 없었으며 법정 드라마로서의 흥미진진함과는 더더욱괴리감만 안겨줬다.

특히 제작진은 이번주 사건을 박변호사의 후배인 김변호사에게 맡기는 대담성(?)을 보였다.

강간치상으로 고소당한 두호라는 20살난 청년이 무죄임을 밝혀내는 것이 이번주 이야기.나이는 어리지만 지고지순한 이들의 사랑을 김변호사는 너무나도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풀어 나간다.결말이 어떻게 날지 처음만 보고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김변호사의 역량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이 드라마는 이제 방영 3회째로 주인공의 캐릭터가 확실히 시청자들에게 주입되지도 않은 상태란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강간」과 같은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사건들을 소개하는 것만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태한 발상이다.

전문직종을 중심으로 한 단막극의 성공요인은 다루어지는 에피소드와 연속되는 주인공의 주변 이야기의 잘 짜인 구성에 있다.<함혜리기자>
1994-05-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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