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평양의 직거래기도 일축/북의 “정전위 철수”선언…미측 반응

워싱턴,평양의 직거래기도 일축/북의 “정전위 철수”선언…미측 반응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1994-05-04 00:00
수정 1994-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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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쟁점 피하기 계산된 전략/“휴전협정은 계속 유효” 다시 천명

미국정부는 북한의 평화협정체결요구와 군사정전위철수선언에 대해 「불가」입장을 재확인 했다. 미국무부는 지난주에 이어 2일 정례브리핑과 성명을 통해 북한의 주장을 이해할수 없으며 휴전협정은 계속 유효하다고 천명했다.

북한은 핵문제가 교착상태에 있는 가운데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위해 미국과 협상을 시작하자고 제의 했다.그리고 이를 행동으로 보이기 위해 군사정전위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미국은 세가지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모든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미국과 직접대화를 가져야겠다는 의도로 보고있다.

크리스틴 셀리 국무부부대변인은 『앞으로 군사정전위(MAC)의 대표가 아니라 미군대표와 직접 관계를 가져야겠다는 의도와 연결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추가사찰을 받으면 미·북한간의 제3단계 고위회담을 개최할수 있다고 누차 밝혔는데 북한이 이를 수용하지않은 채 평화협정을 새삼 제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또 북한이 이번에 군사정전위에서도 철수하겠다고 밝힌 것은 휴전협정의 사문화선언을 행동으로 보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지난달 30일 북한전투기 20여대가 일시에 남진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인 것도 이같은 「휴전협정의 사문화」를 은연중에 과시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북한이 지난 91년 3월 정전위 유엔측 수석대표로 한국군장성이 임명된후 수석대표회의를 기피하고 비서장회의만 해왔으나 이번에 완전철수를 선언한 것은 어떤 방법을 구사하더라도 미국과 직거래를 해보겠다는 속셈으로 간주되고 있다.

둘째,미국은 북한이 평화협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들의 군사적 배치상황등과 관련하여 아무런 변동이 없음을 강조함으로써 「진실성이 없는 협상전술」로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셀리대변인은 『우리는 북한군사력의 배치에 아무런 변화를 발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미국무부는 북한이 군사력의 대부분을 휴전선 쪽으로 전진배치하고있는 상황이나 핵사찰문제에 대한 태도에 비춰 성실성이 전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셋째,핵개발에 대한 국제적 의혹을 호도하려는 술책으로 파악하고 있다.

셀리대변인은 북한의 이러한 의도를 미리 간파하기라도 한듯 『휴전협정과 핵문제에 대한 그들의 주장간에는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평화협정체결문제를 들고나오는 것은 핵문제에 집중된 국제적 시선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는 동시에 앞으로 3단계 고위회담이 열릴 경우 의제속에 평화협정체결문제를 포함시키기 위한 「외곽 때리기」전략으로 보고있다.

미국은 이날 성명에서도 지적했듯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문제는 기본적으로 남·북한간의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또한 셀리대변인이 핵문제의 「철저하고 광범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대화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상기한 것은 북한이 미국과 관계개선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직거래」만으로 안되며 「서울」을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셀리대변인은 『북한의 그같은 행동이 가져올수 있는 결과에대한 충분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이고 있다.이는 장기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 같다.<워싱턴=이경형특파원>
1994-05-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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