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판결들/오풍연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엇갈리는 판결들/오풍연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오풍연 기자 기자
입력 1994-04-24 00:00
수정 1994-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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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들의 근무기강이 해이해졌는가.아니면 판결기준이 변했는가.

최근 하급심 판사들의 잇따른 실수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지난 21일 대법원마저 「제외지」의 보상책임기관에 대한 엇갈린 판결을 내려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제외지의 보상책임기관은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서울시로 되어 있었으나 이번 판결로 다시 국가(건설부)로 바뀐 것.소송당사자들은 서울시든 건설부든 보상을 받으면 그만이다.그러나 이같은 판결때문에 앞으로 시민들이 소송을 낼 때는 누구를 상대로 내야할 지 헷갈리게 됐다.또 보상기관이 갈림에 따라서 소송당사자의 피해구제기간도 그만큼 늦어질 것은 불문가지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대법원은 이번 사건의 경우 「보상주체」보다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으나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게 법조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대법원은 판례를 정립하는 최고법원이다.대법원이 내린 판결은 하급심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이때문에 대법원과 대법관은 그 「권위」와 「명예」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또 그들은 재판및 판결에 관한한 누구로부터도 간섭받지 않는 「신성 불가침」의 영역에 있다.

제외지의 보상책임기관에 대한 이번 판결은 대법관이 법절차를 무시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통상 판례를 변경할때는 대법관 14명중 법원행정처장을 뺀 13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전원합의체(재판장은 대법원장)에서 심리를 한 뒤 찬반표결로 결정한다.

물론 심리과정에서는 대법관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이번 판결도 앞서 재판부와 의견이 다른데서 나온 것이다.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처럼 논란의 소지가 있을 때 열리게 되고 그결과 통일된 판례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하급심은 판사들의 경험이 적어 그렇다 치자.그러나 대법원마저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할때 국민들은 과연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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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대법원은 어설픈 해명으로 넘기려 하지 말고 잘못을 솔직히 시인,이번 사건을 다시 전원합의체에 넘겨 심리를 해야 할 것이다.
1994-04-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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