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시사고발물/선정적소재로 인권침해 심각

TV 시사고발물/선정적소재로 인권침해 심각

함혜리 기자 기자
입력 1994-04-15 00:00
수정 1994-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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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추적60분」/MBC 「PD수첩」/SBS 「알고싶다」가 대표적

방송 3사가 경쟁적으로 방영중인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이 본래의 기획의도와는 달리 지나치게 선정주의로 흐르고 있어 이에 따른 인권침해 및 명예훼손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현재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은 KBS의 「시사 다큐멘터리­추적 60분」,MBC의 「시사매거진 25 80」과 「PD수첩」,SBS의 「그것이 알고싶다」등 다양하다.

「그것이…」와 「PD수첩」은 날카로운 시각과 심층·밀착 취재로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어느 정도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었으나 지난 2월 「추적 60분」이 부활되고 「시사매거진 25 80」이 신설되면서 이들 프로그램들의 선정주의 경쟁은 불이 붙었다.

특히 「PD수첩」을 제외한 3개 프로그램이 모두 일요일 저녁 9∼10시대에 중복편성돼 있던 것이 이들 프로그램들의 선정주의적 소재경쟁을 부추긴 원인으로 작용했다.고정 시청자들이 대부분인 시사 고발프로의 경우 제한된 시청자들을 상대로 경쟁을 하다보면 눈길 끌기와 자극적인 소재및 화면 등을 선택하게 되기 때문이다.

「추적 60분」과 「시사 매거진 25 80」은 지난 2월 27일 첫 방송부터 각각 「서울의 심야지대」와 「일본인의 매춘관광」등 비슷한 소재를 다뤄 시사고발 프로의 센세이셔널리즘을 예고했다.

공영성 강화를 내세워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신설한 KBS와 MBC가 「눈길 끌기」를 위한 선정주의로 치닫자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도 이에 편승,고발 프로그램으로서의 제몫을 해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았었다.

「추적 60분」이 「죽음에 이르는 살빼기 작전」을 방영한데 이어 「그것이…」에서도 「빗나간 몸매의 유혹」을 다룬 것이 그 예.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안들을 진지하고 깊이있게 접근,그에 대한 개선방안과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본래의도를 벗어나 지나치게 화제성 위주로 제작됨에 따라 이들 프로그램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도 상당한 수위에 올라있다.

특히 이들 프로그램은 「사실성 부여」라는 미명하에 당사자뿐 아니라 그 이외의 인물을 비추거나 주관적인 매도,감정의 표출 등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키고 있다.특수 화면처리와 음성변조를 하고 있지만 당사자의 인권과 명예를 지키기엔 미흡하다.

지난 3일 방영된 「추적 60분」의 「충격 르포­어른이 모르는 그들만의 세상」에서는 지방대 캠퍼스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지적하겠다던 본래의 기획의도에서 벗어나 선정적인 것으로 주제를 바꿔 질타를 받고 있다. 관동대 등 지방대 학생들 사이에 계약동거가 일반화되고 있다고 폭로한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관동대 학생들과 학교 당국은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언론중재위 제소를 준비중이다.

한기찬변호사는 방송으로 인한 인권침해와 관련,지난 12일 방송위원회 주최로 열린 「방송과 인권」 토론회에서 『인권의 침해는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하고 적극적 예방 시스템의 도입을 주장했다.

즉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제작전·후의 점검이 필수적이며 ▲기자·PD·앵커 등 제작 요원들에 대한 인권교육을 반복적으로 실시해야 하고 ▲자체심의를 강화하고 ▲인권 옴부즈만을 도입,방송보도의 인권침해 여부를감시 적발해야 한다는 것이다.<함혜리기자>
1994-04-1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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