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게임 파워게임(뉴욕에서 임춘웅칼럼)

핵게임 파워게임(뉴욕에서 임춘웅칼럼)

임춘웅 기자 기자
입력 1994-04-01 00:00
수정 1994-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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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문제를 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또 한 차례 진통을 겪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진영은 북한이 전면적인 핵사찰을 받아들이도록 시한을 정해 강력한 경고성 결의를 하고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경제제재등 추가조치를 계속해서 취해나가자는 것이고 반면에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다는 확증도 없이 핵사찰수용 문제를 가지고 국제사회가 북한에 지나치게 압력을 가하면 오히려 사태를 그르칠 수 있으니 좀더 시간을 두고 외교적 수단을 통해 일을 처리하자는 입장간의 알력이었다.중국이 그르칠수 있다고 염두에 두고 있는 사태란 그러다가 북한이 갑자기 붕괴되는 일이 생기거나 이판사판이란 생각으로 무력도발을 하게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두가지 다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서방측은 힘을 통해 북한을 끌어내자는 것이고 중국은 북한을 회유해야 한다는 논리다.둘 다 일리가 있는 전략이다.다만 어떤 것이 보다 더 효과적인가는 때와 경우에 따라 판단될 성질의 것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진통이 1년전과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지난해 3월 북한이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선언하고 4월들어 안보리가 대북 경고결의안 대신 의장성명을 내게 되는 과정도 이번과 똑같았던 것이다.왜 이런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일까.

여러가지 분석과 해석이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원인제공자인 북한의 핵게임이다.실제로 핵을 개발중이라면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아니라면 이왕 일이 이렇게 된바에야 짐짓 있는 척해서라도 시간을 끌며 이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얻어내려는 계산 때문일 것이다.핵게임이다.

중국의 입장은 좀더 복잡하다.북한이 핵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국가적 이해는 서방과 다를게 없지만 북한은 누구보다 자기가 제일 잘아는데 자긴 빼놓고 옆사람들이 자꾸만 왈가왈부하는게 기분나쁘다는 인상을 유엔외교무대에서 자주 감지하게 된다.중국은 아시아문제 특히 한반도문제엔 일역을 맡아야 한다는 대국의식이 있는 것이다.이번에도 중국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만들었던 대북결의안 초안에 거침없이 제동을 걸었던 것이다.중국의 파워게임이다.

미국은 북한핵 문제에 손발이 맞지 않는 자중지난을 겪고 있다.국무부는 「외교적 노력」이란 간판을 계속해서 내세웠지만 국방부는 연일 전쟁시나리오를 흘려 위기감을 조성했다.클린턴 대통령의 리더십,나아가 미국의 리더십이 문제가 되고 있는 대목이다.그러나 냉전이후 군비축소추세에 제동을 걸려는 군부의 전쟁게임은 상당한 소득을 얻은 셈이다.

지금 국내에서는 북한핵문제에 대한 우리 안보팀의 대응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자자한 모양이다.그러나 조금 멀리서 바라보는 시각으로는 견해가 다르다.이번 북경에서의 해프닝처럼 부분적으로 조율이 잘못돼 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화를 통한 해결」이란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오고 있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일찍이 우리 외교가 미국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일관된 노선을 견지했던 예가 없었던 것이다.국내에서 세칭 보수세력으로부터의 끈질긴 도전을 잘 견뎌 내고 있는 점도 새롭다.유엔에서는 안보리내에서의 진통으로 한국이 이 문제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된 외교적소득을 얻고 있다.우리 외교의 새로운 가능성이다.

한국은 평화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1994-04-0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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