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의 사진/박재범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한장의 사진/박재범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박재범 기자 기자
입력 1994-04-01 00:00
수정 1994-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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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최근 김영삼대통령의 중국방문을 수행한 이양호합참의장이 북경 국방부 외사국에서 중국군 장만년총참모장과 기념패를 주고 받으며 환하게 웃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자 크게 고무돼 있다.

그저 의례적인 행사의 사진 한 장이지만 그것이 신문에 실린데 대해 국방부 관계자들은 의미를 달리 부여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는 자국의 군 고위관계자 사진이 공개되는 것을 금기로 여기기 때문에 국가간의 정치 또는 군사외교때에도 반드시 상대국측에 「사진 비보도」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91년 노태우대통령의 방중때 수행한 이필섭합참의장이 중국군 지도자와 악수를 나누며 사진을 찍었으나 중국측이 사진의 비공개를 강력히 주장,사진을 공개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따라서 이번에 중국이 태도를 바꿔 사진공개문제에 대해 아무런 제동을 걸지 않은 것은 중국이 휴전협정 관계국이지만 6·25때 총부리를 맞댔던 앙금을 씻고 공식적으로 과거청산을 위한 작업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춘 것으로 군정보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또한 중국과 한국간 군사적 교류의 가능성까지도 함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중국지도자들이 한국쪽에 종전에 비해 상당폭 마음이 기울어 있으며 군사측면에서도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상황이 조성되고 있음을 시사해주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국방부 정보관계자들이 한장의 사진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군 정보관계자들은 『공개정보가 극히 적은 공산주의 국가의 경우 지금까지 사진 한장,글자 한자에서 숨겨진 의미를 찾아왔으며 그로부터 추출한 정보가 일정 기간이 지난뒤 큰 의미를 지닌 것으로 뒤늦게 판정된 일이 많았다』고 말하고 있다.

「제비 한 마리가 찾아 왔다고 봄은 아니다」라는 서양속담도 없지않으나 「한 장의 사진」이 한·중군사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1994-04-0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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