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부부교수… 이의철·김갑순씨댁(훈훈한 우리가정:6)

팔순부부교수… 이의철·김갑순씨댁(훈훈한 우리가정:6)

장경자 기자 기자
입력 1994-02-27 00:00
수정 1994-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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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3대가 모여 이야기꽃 피워요”/자손들에 요구·간섭없이 개성·자유 존중/“모든 문제는 대화로”… 세대벽 허물고 화목/매사 긍정적… “부끄럽지않은 삶이 최고의 가정교육

최근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 셰익스피어」1·2권을 연달아 펴내면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김갑순교수(81·전 이대 영문과)의 가정은 토요일이면 언제나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면서 훈훈한 가족애를 다진다.

『할머니,오늘 성적표받았는데 언니는 상을 다섯개 받았고 저는 여섯개 받았어요.어때요,이번엔 제가 더 잘했지요』 마침 봄 방학이 되어 23일 성적표를 들고 엄마와 함께 과천 본가를 찾은 예령(13)·예은(10)자매­.

이들을 맞은 할머니 김갑순교수와 할아버지 이의철교수(82·전 서울대 심리학과)내외는 늘 언니에게 공부가 밀린다고 생각해온 작은손녀 예은이가 자신있게 내민 학년말 성적표에서 독후감쓰기상·경필쓰기상등 수상내용을 읽어가다 개근상을 발견하곤 『암,공부도 중요하지만 학교생활에선 그래도 개근상이 최고』라며 어린 손녀들을안아주고 격려하는데 조부모의 따뜻한 사랑이 옆사람에게까지 전해진다.

김교수가정에서 가족 모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키는것은 각자의 개성과 자유.따라서 생활전체에서 부모 자식간이라도 어떤 요구나 간섭이 없는것이 특징이다.그러나 김교수는 78년 결혼,분가해 살던 큰 아들이 주말마다 부모를 찾아오기 시작한것이 계기가되어 매주 토요일이나 일요일 하루는 반드시 전 가족이 모여 대화의 시간을 갖는것이 어떤 원칙처럼 굳어져 버렸다고 밝힌다.

슬하에 3남1녀를 둔 김교수 내외는 맏아들 백희씨(48·현대건설)와 막내아들 승희씨(44·삼성반도체)의 경우 가정을 이루고 자식까지 두었지만 제일 맏이인 딸 원희씨(50·대학강사)와 둘째아들인 민희씨(46·광고업)는 아직 독신인 상태.그러나 김교수 내외는 보통 부모들처럼 나이든 자식이 결혼을 하지않는다고 애달파 하지도않고 자신의 내외가 나이가 들었다고 며느리들에게 함께 살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데 이것 역시 각자의 개성과 자유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어머님·아버님은 집안에 행사가있을때도 며느리들이 사정이 있으면 그 사정이 무엇이 됐건 인정을 해주시지 절대 시어머니라고 권위적으로 대하시는 경우가 없습니다.그때문에 저희 자식들도 모든것을 부모님께 솔직히 말할 수 있어 벽이 생기지 않으며 늘 마음이 편하고 아이들도 너무 좋아해요』 방학에 들어간 두 딸을 데리고 본가를 찾은 막내며느리 김인선(39)의 이야기.

김교수는 부부가 모두 내로라하는 대학에서 교수를 했으니 가훈도 거창하고 교육방법도 대단하리라 생각,이따금 주변사람들로부터 그런것들에대한 질문을 받는데 『우리집은 가훈도 없고 특별한 교육방침도 없으며 단지 부부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외엔 아무것도 없다』고 들려준다.

김교수내외는 특히 주변에서 검소하기로도 소문이 나 있는데 어느자식도 이 부분에대해 불평을 하지 않으며 모두들 매사에 편안하고 긍정적인 성격의 부모를 닮고싶어 할 뿐이라고.그중에서도 원희씨는 『어머니가 처녀적 쓰던 장롱을 자신이 물려받아 쓰고 있다』며 어머니의 손때가 묻고 골동품같아 새것보다 오히려 정감이 가고 좋다며 웃는다.

며느리 김씨는 또 『어머니는 아버님과 똑같이 사회활동을 하시면서도 집안에서 아버님에게 그렇게 다소곳하게 순종하고 잘 하실수가 없다』며 우리가정이 이처럼 검소한것도 어쩌면 변화를 싫어하시는 아버님의 취향을 맞춰 살아온 어머님의 생활철학때문일 것이라고 들려준다.<장경자기자>
1994-02-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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