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이 어찌 노벨상감이 못되랴만(박갑천 칼럼)

미당이 어찌 노벨상감이 못되랴만(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4-02-19 00:00
수정 1994-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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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은 칠레의 한 여교사였다.그의 시가 어쩌다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의 한 사람인 스웨덴의 시인 얄마아르 그로베리의 눈에 띈다.그는 미스트랄의 시를 번역하고 자기돈으로 출판까지 했다.이 무명의 여교사는 그해 노벨문학상 물망에 올랐던 칼 샌드버그,윌리엄 포크너,앙드레 지드 등의 명성을 눌러버린다.한 심사위원이 수상자를 만들어낸 셈이었다.

세계적인 영예에 엄청난 상금까지 따르는 노벨상인 만큼 선발과정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하다.더구나 문학작품을 꼲는다는 것이 꾀 까다로운 일이기도 해서 「공정」에서는 더 멀어져 간다고 할수도 있다.앞서의 경우같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수상하는 것 못지않게 유럽·아메리카 쪽에의 지역편중과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이 지적되어 온지는 오래다.

이에 대해서는 스웨덴 한림원이 창립2백돌을 기념하여 출간한 「노벨문학상」에서도 『3분의1은 잘못 골랐다』고 인정한바 있다.그 책자는 또 『마땅히 받을만한 50∼1백명 정도의 작가가 수상하지 못했다』고도 「자백」한다.레프 톨스토이,막심 고리키,헨리크 입센,마르셀 프루스트,D H 로렌스,에밀 졸라,폴 발레리,앙드레 말로…등을 염두에 둔 언급이었다고 할 것이다.

노벨상을 말할 때 생각나는 것은 사마천이 「사기」의 백이열전에서 힘주어 말한 대목이다.『…안연이 비록 학문에 독실하였으나 파리가 준마(순마)의 꼬리에 붙어서 천리를 갈수 있는 것처럼 공자의 칭찬을 얻어서 그 덕행은 더욱 현양되었다…』.노벨상에도 그같은 뒷심의 논리가 작용한다.공자라는 기(기)의 꼬리를 잡았기에 안연의 성가가 높아진 것과 같은 논리다.노벨상에서의 공자는 바로 국가의 위상이다.힘이다.

몇해전 프랑스와 독일의 문학단체에 의해 노벨문학상 수상후보자로 추천된바 있는 우리 「언어의 연금술사」미당 서정주(미당 서정주)시인.올해 다시 펜클럽 한국본부에 의해 추천된 것으로 알려진다.상이야 받아서 나쁘달 것이 없다.하지만 백로를 「까마귀 싸우는 골」로 밀어넣는다 싶어지기도 한다.까짓것 안받아도 미당의 시세계야 옹골찬것 아닌가.유불선을 넘나드는 자재의 경지가 제대로 번역되어 이해되고나 있는 것인지 어쩐지.『장님은 문채를 보지 못한다』(장자:소요유)고 하지 않았던가.

『어디서/누가/내말을 하나?/어디서 누가 내말을 하여/어늬 소가 알아듣고 전해 보냈나?』.그의 시 「재채기」의 마지막 연이다.그는 지금 엣취! 재채기라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1994-02-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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