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과 개혁의 함수(이동화칼럼)

기득권과 개혁의 함수(이동화칼럼)

이동화 기자 기자
입력 1994-02-03 00:00
수정 1994-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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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정당과 국회 등이 포함된 정치권에 올해에는 과연 어느정도나 개혁의 바람이 불고 결실을 맺을 것인가.관심있는 많은 사람들이 기대반 염려반으로 지켜보고 있는 사안이다.

「기대」의 측면은 정치권 스스로가 그동안 거듭된 위상저하를 인정하고 심각한 자성속에 살길을 찾기 위한 몸부림을 칠 것이고 그것이 개혁과 연결될 것이라는 점때문에 나온 것이다.「염려」는 정치권이 다른 어느부문보다 뒤떨어져 있으면서도 아직도 기득권에 연연한 채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단때문이다.

사실 지금 정치권의 위상은 말이 아니다.우선 언론으로부터 푸대접을 받고 있다.웬만한 국회나 정당기사는 눈길을 끌기 어려운 구석에 조그맣게 자리하기 일쑤다.과거와 뚜렷이 달라진 현상이다.정치권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사이 다른부문은 눈부신 발전과 도약을 거듭했기에 나온 결과라 할수 있다.

오히려 뒷걸음질친 부분도 있다.어느 교수가 최근 고교생이상 약 1천4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도덕성」항목에서 국회의원이 72개 직종중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보도는 의원을 뽑은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한 사례였다.국회로동위 돈봉투사건등의 물의가 있었음을 이보도는 지적하고 있지만 그렇더라도 너무 저평가된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어쨌든 이런 사례들은 정치개혁의 당위성과 시급성을 일깨워주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인식은 외부의 그것과 달리 절박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또 자기쇄신의 의지와 능력도 미흡하다.

예를 들어 앞서말한 돈봉투사건만해도 자체적으로 규명할 의지나 능력이 미약하다.노동위자체에서 정직하게 규명되지 않는다면 국회륜이위나 여·야당의 당기위에서 규명되기는 더욱 어렵고 검찰에 넘겨지더라도 간단치 않다.

국회의원의 도덕성을 형편없이 생각하는 국민대다수는 이미 해당의원들이 돈봉투를 받았을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정죄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따라서 진상조사결과 『안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더라도 국민들을 납득시키기는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보다 몇배 몇십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수사 또는 조사결과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 국회는 또한차례의 사정에 의해 소용돌이속에 빠질 수밖에 없다.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결과를 잉태할지 모른다.썩은 살에서는 어떤 개혁의 씨앗도 제대로 자랄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사정만이 능사는 아니라든가,지난해 사정위주에서 이제는 법과 제도상의 잘못을 과감히 고쳐나가는 식의 개혁으로 바뀌지 않았느냐고 할지 모른다.김종인의원의 석방등 일련의 상황을 보거나 흐름을 읽고 하는 말일수 있다.그러나 낙후된 정치권에는 아직도 사정과 제도개혁,이 두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무릇 모든 개혁이 다그렇지만 정치개혁도 타성과 악습에서 벗어나려는 용기,기득권도 대의를 위해 포기할수 있는 용기가 있을때 참된 열매를 거둘수 있다.정치권이 가장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듣는 것은 이같은 용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해 국회정치관계법특위가 여야동수로 구성되었고 연내타결을 목표로 선거법 정치자금법등을 논의했으나 도도한 개혁의 흐름과는 달리 결렬로 끝나고 만것은 타성과 기득권에 집착한 결과라할수 있다.같은 정치관계법이라 해도 안기부법개정에는 쉽게 합의해놓고 선거법등 자신들과 직결된 문제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올들어서도 2월임시국회를 목표로 여야동수의 6인협상대표회의를 운영하고 있다.여당의 기득권포기로 각급선거일자를 미리 구체적으로 합의했음에도 과연 이번임시국회에서 이 법들이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야당도 큰정치를 위해 소소한 기득권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경제기획원등 행정부처가 기구를 줄인다,규제를 완화한다는등 제도개혁에 적극 나서고 곧 지방화시대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이제라도 정신차려 개혁에 나서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그나마 설자리 마저 잃은다.정치관계법을 빨리 매듭짓고 나아가 행정개혁과 지방화,그리고 국가경쟁력을 높일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혁 해나가는데 앞장서는 것이 정치권의 본령을 되찾는 길이 아니겠는가.<주필>
1994-02-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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