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도둑이라니…/오풍연 사회부기자(현장)

법원에 도둑이라니…/오풍연 사회부기자(현장)

오풍연 기자 기자
입력 1993-12-30 00:00
수정 1993-12-3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사무실 6곳 털리고도 “피해 없다”

「간」큰 도둑이 성탄연휴인 지난 24∼26일사이 철옹성같은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에 침입,마구 휘젓고 다녔다.

이 도둑은 제집 드나들듯 2개동의 건물을 오르내리며 서울고법·형사지법·가정지법원장과 수석부장사무실 등 6곳을 잇따라 터는 대담성을 보였다.

책상서랍등 집기를 뒤져 중요서류를 흐트러놓았는가 하면 금품을 털기위해 금고문도 일일이 열어보고 확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두께 4∼5㎝가량의 목재로 된 법원장실문은 드라이버로 비교적 쉽게 열 수 있으나 철제문으로 된 수석부장실은 전문절도범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법원관계자들은 귀띔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범행은 청사사정을 잘 아는 내부자의 소행이거나 내부자와 전문절도범의 공모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때문인지 평소 평온하기만 하던 법원청사 주변에는 때아닌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법원고위관계자들은 이 사건에 대해 겉으론 모두 태연한척 했으나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모습이 감지됐다.

언론의 추적으로 이같은 사실이 28일 뒤늦게 밝혀진 뒤에도 간부들은 『사무실에 비치된 물품들을 확인해본 결과 도난품이 없어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짜증스런 반응을 보였다.법원측은 자세한 피해내역을 밝히지 않았고 경찰에 도난신고조차 하지 않았다.오히려 도난사고 은폐에만 급급한 인상을 주고 있을 뿐이다. 대법원에는 도난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고발생 이틀이 지난 29일까지도 사건해결을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무사안일」한 사법행정을 보는 것같아 씁쓰레하다.그러나 이번 도난사고를 단순사고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법원은 차제에 경비가 소홀했던 점을 인정하고 방범체제에 허점이 없는지 하나하나 짚어볼 일이다.

도난신고를 접수받지 않은채 이날 상오 사고현장을 둘러보고 청사를 떠나는 서울서초경찰서 형사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 보였다.
1993-12-30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