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에서 백제를 곧잘 잃어버린 고대왕국으로 간주해왔다.패자는 말이 없는 탓일까….어떻든 백제 쇠망의 역사는 어둡게 묘사된다.그리고 긍정의 역사라기보다는 부정의 역사로 기술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백제가 삼국가운데 먼저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삼국의 역사를 써내려간 어느 천자는 유독 백제사를 철저한 승자의 편에서 기술했다는데 문제가 있다.「삼국사기」가 바로 그런 맥락의 정사적 사서다.이 사서는 역시 백제에 대한 지면 할애에도 인색했다.또 야사는 한 수를 더 떠서 백제를 부도덕한 왕국으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역사는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인식에 도달하면 백제사에 대한 새로운 안목이 요구된다.외세가 개입한 싸움에서 처절하리 만큼 패망의 길을 걸어야 했던 백제는 문화유산마저도 승리자에 의해 모조리 파괴 당했다.그래서 오늘날 백제고토에 그 문화의 흔적을 띄엄띄엄 만날 수밖에 없다.많은 부분의 사실을 공백으로 비워둔채 이를 후세에 그릇 전하는 역사의 비극을 여기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역사의 불모지처럼 보이는 백제땅,그것도 역사를 마감한 사비성 옛터에서 김동용봉봉래산향로를 비롯한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무령왕릉 발굴이래 백제고토에서 거둔 최대의 고고발굴 성과라고 한다.쇠잔한 부여의 겨울 햇살보다 더 눈부신 금동향로는 백제문화를 한껏 함축한 가장 백제적인 양식의 공예미술로 평가되었다.백제 전통의 산경문과 연화문이,백제 사람들과 그들의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백제의 역사다.향로에 돋을 새김한 수많은 인물상들이 우리 앞에 다가와 역사를 속삭이지 않는가.서로 다른 동작과 표정을 지은 이들 인물상은 백제역사의 주역들이다.그들은 비록 금동향로 속에 들어있지만 백제인들의 풍속과 사상은 물론 관념의 세계까지도 연출하고 있다.64㎝ 크기에 불과한 이 금동향로야말로 백제문화사를 축약한 보물중의 보물이라 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백제사의 재구성과 함께 완벽한 복원의 길이 열리기를 기대해본다.더구나 새 정부가 지나간 시대의 신라 왕경유적 중심 고도문화권개발정책으로부터 탈피,백제문화권에 새삼 눈을 돌렸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이번 능산리유적 발굴 성과는 실제 새 정부의 문화정책에 의해 거두어졌다.일본에 대한 선진문화 전수주체로서,또 동아시아에서 우뚝한 문화왕국으로서의 백제 실체는 반드시 벗겨져야 할 것이다.
백제가 삼국가운데 먼저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삼국의 역사를 써내려간 어느 천자는 유독 백제사를 철저한 승자의 편에서 기술했다는데 문제가 있다.「삼국사기」가 바로 그런 맥락의 정사적 사서다.이 사서는 역시 백제에 대한 지면 할애에도 인색했다.또 야사는 한 수를 더 떠서 백제를 부도덕한 왕국으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역사는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인식에 도달하면 백제사에 대한 새로운 안목이 요구된다.외세가 개입한 싸움에서 처절하리 만큼 패망의 길을 걸어야 했던 백제는 문화유산마저도 승리자에 의해 모조리 파괴 당했다.그래서 오늘날 백제고토에 그 문화의 흔적을 띄엄띄엄 만날 수밖에 없다.많은 부분의 사실을 공백으로 비워둔채 이를 후세에 그릇 전하는 역사의 비극을 여기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역사의 불모지처럼 보이는 백제땅,그것도 역사를 마감한 사비성 옛터에서 김동용봉봉래산향로를 비롯한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무령왕릉 발굴이래 백제고토에서 거둔 최대의 고고발굴 성과라고 한다.쇠잔한 부여의 겨울 햇살보다 더 눈부신 금동향로는 백제문화를 한껏 함축한 가장 백제적인 양식의 공예미술로 평가되었다.백제 전통의 산경문과 연화문이,백제 사람들과 그들의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백제의 역사다.향로에 돋을 새김한 수많은 인물상들이 우리 앞에 다가와 역사를 속삭이지 않는가.서로 다른 동작과 표정을 지은 이들 인물상은 백제역사의 주역들이다.그들은 비록 금동향로 속에 들어있지만 백제인들의 풍속과 사상은 물론 관념의 세계까지도 연출하고 있다.64㎝ 크기에 불과한 이 금동향로야말로 백제문화사를 축약한 보물중의 보물이라 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백제사의 재구성과 함께 완벽한 복원의 길이 열리기를 기대해본다.더구나 새 정부가 지나간 시대의 신라 왕경유적 중심 고도문화권개발정책으로부터 탈피,백제문화권에 새삼 눈을 돌렸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이번 능산리유적 발굴 성과는 실제 새 정부의 문화정책에 의해 거두어졌다.일본에 대한 선진문화 전수주체로서,또 동아시아에서 우뚝한 문화왕국으로서의 백제 실체는 반드시 벗겨져야 할 것이다.
1993-12-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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