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앞서 철저한 유적조사를(사설)

개발앞서 철저한 유적조사를(사설)

입력 1993-12-24 00:00
수정 1993-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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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능산리에서 출토된 6세기 백제시대의 김동용봉봉래산향로는 찬란했던 백제문화의 실체를 재확인시켜주었다.능산리 고분군 근처 옛 건물터에서 금속제품등 4백50여점의 유물과 함께 수습된 이 금동향로는 삼국시대 유일한 향로일뿐 아니라 그 형태의 아름다움이나 완벽한 기법,세련된 미의식등에서 금속공예품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백제의 유물은 신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고고학계는 백제문화의 우수성을 실증하는데 어려움을 느껴왔다.1971년 공주 무령왕릉의 발굴을 통해 백제 예술의 진수가 쏟아져 나와 백제 문화사의 공백을 메워줄수 있었다.이번 금동향로의 발굴은 무령왕릉 출토품에 버금가는 고고학적 성과로 평가된다.

이 향로에는 뚜껑 꼭대기의 날아갈듯한 봉황이며 뚜껑과 몸체에 가득 새겨진 진락상과 산수화등 각종 조각,그리고 꿈틀거리는 듯한 반용의 유려한 다리받침등이 모두 세련된 주물기법에 의해 제작되었다는 특색을 지니고 있다.백제 사람들의 뛰어난 주조기술을 엿보게 해준다.이 유물의 또다른 중요성은 공방으로 추정되는 확실한 건물터에서 출토되었다는 점이다.유물은 출토지가 분명할때 학술적 가치가 한층 높아진다.

향로 발굴과 함께 조사된 3채의 옛 건물터는 초석과 기단이 잘 남아있어 이 또한 귀중한 유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화재관리국은 88년부터 경주지역 정화 개발에 비해 낙후된 백제문화권의 정비사업을 추진해왔다.올해는 2단계사업의 첫해로 14개 단위사업에 55억원이 투입된다.이와는 별도로 건설부는 공주·부여·논산·익산군 일대를 백제문화권 특정지역으로 지정,오는 2001년까지 집중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8년동안 1조원을 투입하여 문화유산을 발굴 조사하고 관광및 편의시설을 대폭 확충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우리는 건설부의 백제문화권 개발이 자칫 유적의 보존·발굴보다는 밀어붙이기식 개발위주의 공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바 크다.과거 70년대 경주개발에서 우리는 그같은 시행착오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국토개발에 앞서 매장문화재의 발굴조사는 반드시 선행되어야만 한다.그래야만 개발이 초래하는 문화재나 유적의 파괴를 막을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백제금동향로는 국립부여박물관이 나성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주변정비를 하던중 우연히 발견한 것이라고 한다.만일 토목공사로 밀어붙였다면 그 결과가 어떠했을까.아찔한 생각이 든다.

우리는 발굴조사단의 노고에 치하를 보내면서 이제 출토유물의 과학적인 보존방안과 유적의 영구적인 보존관리에 만전을 기해주기를 바란다.
1993-12-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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