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개혁행보 고민/총선참패 개혁진영 “사면초가”

옐친,개혁행보 고민/총선참패 개혁진영 “사면초가”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3-12-15 00:00
수정 1993-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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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파 전멸로 연대세력 없어/「우파연 결성」 대응책마련 부심

총선결과가 극우 민족주의자 지리노프스키가 이끄는 자민당의 압승으로 굳어지면서 개혁진영들은 엄청난 충격속에 다각적인 대응책을 모색중이다.이번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은 크게 ▲극우민족주의 및 공산당 계열의 약진 ▲개혁세력의 퇴패 ▲한때 급진개혁의 유력한 대안으로 기대됐던 중도파들의 몰락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시민동맹을 비롯한 중도파,소브차크 상트페테르부르크시장과 가브릴 포포프 전모스크바시장등이 이끄는 온건개혁파들이 전멸하다시피함으로써 새의회는 완충장치 없이 극우,극좌 양대 세력이 맞부딪치는 양상을 보이게됐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초연한 자세를 유지했던 옐친대통령은 14일 현재 선거결과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있다.그는 지금 가이다르부총리가 이끄는 「러시아선택당」등 급진개혁파들과 손을 잡고 소위 급진개혁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 등장한 우파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점진개혁쪽으로 정책수정을 할 것인지 심각한 기로에 서있다.지리노프스키는 조기개표결과가 나온 직후 가이다르,부르불리스,추바이스부총리등 경제각료들과 코지레프외무장관등의 경질을 요구하며 개혁정책의 우익으로의 대선회를 요구했다.여기에 맞서 가이다르측은 현재의 개혁정책을 고수하기 위해 민주개혁세력들로 「반파시스트」연합전선의 결성을 추진하겠다고 맞서고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나타난 개표결과로는 범개혁 연합전선이 형성된다 하더라도 전체의석의 3분의 1선을 크게 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있다.이들은 공산당과도 연대할 뜻을 밝히고 있으나 공산당이 이에 응할지는 회의적이다.반대로 지리노프스키가 공산당,농민당등 우파 대연합을 결성할 경우 의석 과반을 쉽게 넘을수있다.설사 공식적인 연합전선 형성이 안되더라도 사안에 따라 우파세력들의 표연합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민주대연합 시도가 반드시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수도 없는 형편이다.

지리노프스키가 선거운동 기간중 내세운 공약들은 국내정책에서 경제분야에 국가역할 확대,즉 식품공급·주택건설·중공업등 제분야에서 국가역할을 확대하고 외교정책에서는 군대증강,구소련국경내 러시아제국건설등 주변 나라들이 들으면 충격적인 내용 일색이다.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등 발트해 3국은 15일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선거결과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방침이다.한때 러시아제국의 수중에 있었던 노르웨이·핀란드등 북구제국도 지리노프스키 파장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옐친대통령이 결국 정국안정을 위해 외교정책을 제외한 국내정책에서는 우파들의 요구를 일부수용할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분석들이 나오고있다.옐친측은 지난번 최고회의를 무력해산시킬 때만해도 「개혁=선」,「보수=악」이라는 정치적 논리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 것으로 믿었던 게 사실이다.하지만 이제 이런 등식은 국민들 사이에 설득력을 잃었음이 이번 선거로 입증된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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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적으로 새 의회출범에 앞서 단행될 개각에서 옐친대통령이 적어도 경제등 국내정책쪽에는 우파들의 입장을 반영시킨 인선을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이들의목소리를 무시하기에는 「블랙 선데이」(검은 일요일)의 충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가이다르가 퇴진할 경우 이는 지난 2년간 러시아땅에서 추진돼온 급진개혁 실험이 결국 실패했다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볼수있다.<모스크바=이기동특파원>
1993-12-1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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