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달 12월이다.가겟머리에 벌써 성탄카드하며 연하장이 쌓여있다.그걸 보면서 12월은 우체국 직원들 시드럽게 하는 달이라는 생각을 한다.지난해 한햇동안의 국내우편물이 28억 4천여만통이었는데 그 가운데 3억6천 3백여만통이 12월10일부터 한달사이에 처리됐다는 것 아니던가.
해마다 보면 10일께부터서는 슬슬 연하장이 날아들기 시작한다.붐비기 전에 일찍 보내서 인사치레하자는 뜻일게다.특히 정계인사들의 것 가운데 그게 많다.제사도 초저녁에 지내버리는 세상이 되었으니 그런들 어떠랴 싶기도 하지만 12월 초순의 연하장이라면 이건 지나친 「속도위반」이다.삼오당 김소운도 그런 것을 받았던 모양이다.그 특유의 독설로 이렇게 이죽거린다.『…연하의 선불은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아무리 스피드시대기로서니 아닌밤중에 <안녕히 주무셨습니까>하고 아침인사를 하는 얼간이는 없을 것이다.…』(어수원잡필:연하장 캘린더)
성탄카드나 연하장에는 몇가지 유형이 있다.의례적인것,자기선전을 위한 것에서부터 포근한 정감을 전달해 주는 것에 이르기까지.잊지 않아야 할 처지이면서도 잊고지낸 친구가 보낸 연하장은 어린날의 동화세계를 펼쳐보여 준다.거기서 나는 달보드레한 향내는 삶의 기쁨을 맛보게도 한다.그러나 정을 싣지않은 연하장은 더러 이쪽의 이름을 틀리게도 쓴다.두장 석장씩 보내기도 하고.그건 우체국직원들 각다분하게만 하는 허례허식일 뿐이다.
정에는 무게가 있다.받는 이가 그 무게를 느낄수 있는 것으로 보내야 한다.「정의무게」를 생각하면서 상허 이태준의 중편 「황진이」의 어느 대목을 떠올린다.산문시 같은 문장으로 쓰인 아름다운 소설이다.
진이(명월)를 짝사랑하는 떠꺼머리총각이 정양가는 진이에게 아이를 시켜 쪽지를 전달한다.고백의 연서였다.『마음은 그대를 따라가노니/빈몸만 문에 기대섰노라』(심축홍장거 신공독의문).나귀를 타고가던 진이는 끌리는 마음 누르고 종이쪽지 뒤에다 이렇게 써보낸다.『나귀가 나 무거워 숨차하는줄 알았더니/한사람의 넋을 더 실은 때문이었구려』(여진응아중 첨재일인혼).이 떠꺼머리총각의 연서 만큼 무게 나가는 성탄카드·연하장만 오간다면 우체국 직원들이 숨차하지 않을 것을.
해마다 정이 듬뿍 담긴 붓글씨로 연하장을 보내오는 외우를 생각한다.때로는 난을 쳐서 때로는 풍경화를 담아 보내주는 한 선배를 생각한다.거기엔 무게가 얹힌다.끝이 안보이는 얘기가 용틀임한다.올해부턴 그런 정겨운 것으로만 보내도록 하자.
해마다 보면 10일께부터서는 슬슬 연하장이 날아들기 시작한다.붐비기 전에 일찍 보내서 인사치레하자는 뜻일게다.특히 정계인사들의 것 가운데 그게 많다.제사도 초저녁에 지내버리는 세상이 되었으니 그런들 어떠랴 싶기도 하지만 12월 초순의 연하장이라면 이건 지나친 「속도위반」이다.삼오당 김소운도 그런 것을 받았던 모양이다.그 특유의 독설로 이렇게 이죽거린다.『…연하의 선불은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아무리 스피드시대기로서니 아닌밤중에 <안녕히 주무셨습니까>하고 아침인사를 하는 얼간이는 없을 것이다.…』(어수원잡필:연하장 캘린더)
성탄카드나 연하장에는 몇가지 유형이 있다.의례적인것,자기선전을 위한 것에서부터 포근한 정감을 전달해 주는 것에 이르기까지.잊지 않아야 할 처지이면서도 잊고지낸 친구가 보낸 연하장은 어린날의 동화세계를 펼쳐보여 준다.거기서 나는 달보드레한 향내는 삶의 기쁨을 맛보게도 한다.그러나 정을 싣지않은 연하장은 더러 이쪽의 이름을 틀리게도 쓴다.두장 석장씩 보내기도 하고.그건 우체국직원들 각다분하게만 하는 허례허식일 뿐이다.
정에는 무게가 있다.받는 이가 그 무게를 느낄수 있는 것으로 보내야 한다.「정의무게」를 생각하면서 상허 이태준의 중편 「황진이」의 어느 대목을 떠올린다.산문시 같은 문장으로 쓰인 아름다운 소설이다.
진이(명월)를 짝사랑하는 떠꺼머리총각이 정양가는 진이에게 아이를 시켜 쪽지를 전달한다.고백의 연서였다.『마음은 그대를 따라가노니/빈몸만 문에 기대섰노라』(심축홍장거 신공독의문).나귀를 타고가던 진이는 끌리는 마음 누르고 종이쪽지 뒤에다 이렇게 써보낸다.『나귀가 나 무거워 숨차하는줄 알았더니/한사람의 넋을 더 실은 때문이었구려』(여진응아중 첨재일인혼).이 떠꺼머리총각의 연서 만큼 무게 나가는 성탄카드·연하장만 오간다면 우체국 직원들이 숨차하지 않을 것을.
해마다 정이 듬뿍 담긴 붓글씨로 연하장을 보내오는 외우를 생각한다.때로는 난을 쳐서 때로는 풍경화를 담아 보내주는 한 선배를 생각한다.거기엔 무게가 얹힌다.끝이 안보이는 얘기가 용틀임한다.올해부턴 그런 정겨운 것으로만 보내도록 하자.
1993-12-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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