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명·지명까지 체제유지 활용

교명·지명까지 체제유지 활용

구본영 기자 기자
입력 1993-11-03 00:00
수정 1993-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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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일족이름 붙인 학교 10여곳 넘어/거의 교원양성기관… 최근 「이인모학교」도 생겨/풍산·신파는 김형권군·김정숙읍으로 바꿔

북한은 최근 양강도 김형권군에 있는 파발인민학교를 「이인모인민학교」로 개칭했다.여기서 군이름인 김형권은 김일성주석의 삼촌을 가리키며,파발인민학교는 우리측이 지난 3월 북한으로 되돌려 보낸 빨치산출신의 미전향장기수 이인모노인이 다닌 곳이다.

때문에 우리측이 인도적 견지에서 조건없이 방북시킨 이노인을 체제선전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이는 북한당국이 이 학교에 『신념과 의지의 화신 이인모동지를 우리 당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는 김정일의 친필비를 건립한데서도 명확히 입증된다.

이처럼 북한에는 북한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는 인물의 이름을 딴 학교나 오랜 역사를 지닌 옛이름 대신 김일성부자체제의 북한정권에 충성을 강요하는 새로운 지명이 부지기수다.김일성종합대,김책공대와 같은 학교 이름과 김정숙읍이니 「붉은별」이니 하는 북한식 지명이 그것이다.이 가운데서 김일성일가의 이름을 딴 학교명과 지명이 가장 많은 것은 물론이다.이같은 김일성일족의 성가주화 작업은 유사종교집단과 같은 북한사회의 속성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로 개교 47주년을 맞은 북한 유일의 종합대학인 김일성종합대학은 최초로 김일성일가의 이름을 딴 교육기관이다.

김주석과 그 가족의 이름으로 세워졌거나 개명된 학교의 수는 10여개가 넘고 있다.그의 전처이자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의 이름을 딴 김정숙사범대학과 김정숙교원대학을 비롯해 김형직사범대학과 김형권사범대학 등이 있다.김철주사범대학,강반석고등중학교,강반석혁명유자녀학원,정일봉고등중학교,김정숙여자고등중학교 등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물론 김형직은 김일성의 아버지이며 강반석은 김주석의 어머니이다.

김형직사범대학은 평양교원대학이 그 전신이며 지난 75년 현재의 이름으로 개칭되었다.김형권사범대학은 함남제1사범대학에서,김일성의 동생 이름인 김철주사범대학은 평양사범대학에서 각각 이름이 바뀌었다.이밖에 김정숙교원대학은 회령교원대학을 그 모체로 하고 있으며 김정숙사범대학은 지난 81년 혜산제2사범대학이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이름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일가의 이름을 딴 이들 교육기관들은 주로 교원을 양성하는 학교가 대종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김일성종합대학과 일부 고등중학교를 제외하곤 모두 사범 및 교원대학으로 북한의 교육이 그 만큼 김일성체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을 유도하는데 맞춰져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들 학교 이외에도 북한에는 「봉화」「복흥」「건설」등의 개념으로 된 「북한식」지명과 김일성일가의 이름을 빌린 지명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나진과 함께 북한당국에 의해 자유무역지대로 지정된 웅기는 최근 선봉이라는 전투적 이름으로 개명되었다.지난 89년 건설된 백두산 케이볼카의 아래쪽역은 백두이지만 정상에 있는 역은 「향도」이라고 불린다.

압록강에 인접한 김형권군은 원래 명칭이 풍산군이며 역시 중국과의 접경에 자리잡고 있는 신파는 김정숙읍이라는 엉뚱한 지명으로 개명되었다.<구본영기자>
1993-11-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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