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 비켜가는 경제팀/정종석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정도 비켜가는 경제팀/정종석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정종석 기자 기자
입력 1993-10-07 00:00
수정 1993-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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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거창하게,후퇴는 슬그머니」.

요즘 경제기획원을 비롯한 경제팀이 신경제를 추진하는 자세를 비유하는 말이다.5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경제 추진위에 올린 올 하반기 경제전망은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이름으로 돼 있다.올해 성장률은 금융실명제와 이상 저온 등의 영향으로 신경제 계획에서 목표로 잡았던 6%에는 못미치고 4.5%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주요 내용이다.

이경식부총리나 청와대 박재윤경제수석 등 경제팀은 지난 달까지만 해도 『성장률이나 물가등 올해의 거시경제 총량지표를 고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그런데 KDI가 감히 성장률을 낮춰 잡은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일종의 「반란」이라고 할 법도 하다.그러나 정부는 아무런 이의를 보이지 않았다.경제팀과의 사전 조율 또는 양해 아래 나온 결과임이 분명하다.

신경제 계획의 이같은 지표 수정은 민간 위원들이 임명돼 처음으로 열린 신경제 추진위에서,그것도 김영삼대통령이 참석한 청와대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이루어졌다.국민 앞에 공개된 회의였다.그런데 정부는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신경제의 지표수정을 KDI에 맡기고 「벙어리」가 됐다.

지난 7월 신경제 5개년 계획이 출범했을 때 화려한 청사진과 거시지표를 담은 각종 보도자료는 모두 경제기획원 명의로 작성됐다.그러나 이번 자료는 KDI의 이름으로 돼 있다.좋은 자료는 기획원이,나쁜 내용은 KDI의 차지라는 얘기가 된다.

사실 KDI가 기획원의 「총대」를 멘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지난 봄 새 정부의 대재벌 정책으로 여겨졌던 KDI의 공정거래 정책 시안에는 기업분할 명령제,투자회수 명령제,재벌의 언론 참여제한 같은 혁명적 시책이 포함됐었다.그런데 반발이 거세자 공정위는 이를 KDI의 의견으로 돌리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일도 있다.

이제 경제팀은 국민 앞에 솔직해야 한다.

어려울 수록 큰 길로 정도를 걸어야 한다.아직도 이번 지표수정이 전망의 수정일 뿐,정책의 수정은 아니라고 강변하는 소리가 들린다.이는 말장난이다.쓸데 없는 일로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이 안타깝다.
1993-10-0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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