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부처/이성은(굄돌)

모두가 부처/이성은(굄돌)

이성은 기자 기자
입력 1993-09-27 00:00
수정 1993-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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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과 지옥에 대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극락에 사는 사람은 몸도 건강하며 행복하게 살아간다.하나 지옥의 사람들은 굶주림 속에서 고통스러운 생활을 한다.그렇다고 극락과 지옥의 생활조건이 다른 것은 하나도 없다.다만 식사할 때의 모습이 극락과 지옥을 갈라놓았을 뿐이다.

극락이나 지옥이나 식탁에 마주앉아 식사를 한다.그런데 숟가락이 매우 길다.너무 길기 때문에 도저히 자기 숟가락으로는 자기 입에 밥을 넣을 수가 없다.천당 사람들은 그래서 서로 마주앉은 사람에게 밥을 먹여준다.화기애애한 가운데 식사를 즐길 수 있다.지옥에서는 자기 입에만 넣으려다가 서로의 숟가락이 부딪쳐 먹을 수가 없다.제대로 먹지 못하니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는 서로 돕고 위해주는 사회는 평화스럽고 행복이 넘치지만 자기만을 생각하는 집단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가르침을 준다.

고통을 멀리 하고 복된 생활을 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보편적인 감정이다.부처님을 찾아 불공을 드리는 뜻도 복을 누리기 위함이다.

그러나 고통을 받는다거나 복을 수용하는 일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 모셔진 부처(등상불)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상대방을 위하고 아끼면 그도 나에게 은혜를 베푼다.고통을 주면 배반과 분노로 되돌아온다.

그러고 보면 죄·복을 다스릴 권능은 바로 「너와 나」에게 있다.그래서 너도,나도 모두가 부처님이다.내가 부처임을 알고 너도 부처임을 깨달았을 때 우리의 생활은 크게 변화될 것이다.모든 생활이 불공을 드리는 정성과 겸양으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비단 사람만이 부처가 아니다.우주 안의 자연환경 모두가 부처다.불공을 잘 드리면 한량없는 은혜와 복의 터전이 되지만 불공을 잘못하면 고통의 밭이 될 것이다.

환경보호운동도 따지고 보면 자연 부처님에 대한 불공에 지나지 않는다.

모두를 부처로 모시고(처처불상) 하는 일마다 불공을 드리는 정성을 다하면 거기에 평화와 행복은 자연스럽게 깃들 것이다.<원불교 기획실장>
1993-09-2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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