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문화제국주의」/이용원 문화부기자(오늘의 눈)

프랑스의 「문화제국주의」/이용원 문화부기자(오늘의 눈)

이용원 기자 기자
입력 1993-09-21 00:00
수정 1993-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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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규장각도서를 모두 돌려주겠다』는 미테랑 프랑스대통령의 약속과는 달리 프랑스 국내의 분위기는「결코 돌려줄 수 없다」는 쪽인듯 하다.

최근 외신을 타고 들려오는 프랑스내의 반응을 보면 국립파리도서관은 항의의 표시로 지난 19일 열람석 개방을 거부했으며 문화부장관에게 항의문을 보내는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또 언론이「외국 문화재 반환은 잘못」이라며 책임소재를 따지자 고문서반환 주무부서인 문화부가『엘리제궁(대통령집무실)의 직접적인 압력에 의한 것』이라고 발뺌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프랑스인이 자랑하는「문화의식」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그들이「문화국민」의 자존심을 내세워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니 말이다.

한때 강력한 제국주의국가의 하나였던 프랑스는 세계 각국에서 약탈한 수많은 문화재를 현재 루브르박물관·기메박물관·국립파리도서관등 유수한 공공시설에 소장하고 있다.그러나 많은 문화재들이 기초적인 가치평가조차 받지 않은채 창고속에 쌓여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외규장각 도서 2백97책도 그들이 병인양요 때 약탈해 간 문화재이며 지난 70년대 중반 한 한국인 여성에게 발견되기 까지는 국립파리박물관 지하창고에서 먼지만 켜켜 안고 있었다.

그들이 단지 소유하고만 있었던 외규장각 도서에 이름을 찾아주고 가치를 되돌려준건 분명 우리가 한 일이었다.또 앞으로 그 전적들을 보다 귀중하게 간직하고 세밀히 연구할 사람들도 바로 우리이다.

미테랑대통령과 함께 방한했던 자리주 기메박물관장은『문화재란 인류보편의 가치이니만큼 인류공동의 것이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게 중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프랑스가「문화대국」이니 외국의 문화재라도 프랑스에서 보관·전시하는 것이 서로 좋은 일 아니냐는 투다.

외규장각 도서반환과 관련해서 프랑스인들이 보여주는 반응은 결코「문화적」인게 아니다.

『남의 귀중한 것을 빼앗아왔더라도 물건이 일단 내 손에 있는 이상 그것은 내 것이다.그것이 원래의 소유자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는 알바 없다』는 그들의 태도는,우리는「문화애호 국민」이 아니라「문화 제국주의자」라고 소리높여 외치는 것처럼 들릴 뿐이다.
1993-09-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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