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공직자/김행수(데스크시각)

기로에 선 공직자/김행수(데스크시각)

김행수 기자 기자
입력 1993-09-21 00:00
수정 1993-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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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에서 국정감사가 시작될 무렵이면 의원들은 연중 최대의 호황을 맞게 되고 특히 추석이 임박해서는 엄청난 떡값이 오가는 등 흥청망청이었다.

그뿐이랴.예산심의와 연계하여 갖가지 이권에 개입하기 일쑤였고 속된말로 한건씩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되면 한밑천 잡는다고 생각해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당선에만 열을 올렸다.

○좋은시절 옛애기로

이같은 정치풍토속에서 공직이 곧 치부라는 등식이 생겨나 사회는 부정부패로 얼룩졌으며 정치인을 비롯한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불신풍조는 날로 더해 갔다.

이는 먼옛날의 얘기가 아니다.불과 1년전 아니 몇개월전의 일이다.

그 좋은 시절(?)이 이젠 꿈도 꿀수없는 상상의 시간으로 묻혀가고 있다.

공직자의 재산등록과 공개,실명제실시,그리고 정치관계법 개정이 전공직사회의 흐트러지고 비뚤어진 의식과 행동을 다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윤리를 바로세우고 깨끗한 공직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실시된 공직자 재산공개를 재산형성과정의 부도덕성이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노출되기 시작하고 있다.서울의 강남은 물론 제주나 용인등 투기지역에 왜 그토록 많은 공직자가 땅을 갖고 있는지 떳떳하지 못한 재산을 축소하기 위해 급매하는 공직자는 왜 그리 많은지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한다.

정확한 실사결과가 나와보아야 알겠지만 많은 의원들이나 행정·사법부의 상당수 공직자들이 징계등의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재산누락등으로 이미 민자당의원 2명이 거의 쫓겨나듯 당을 떠났고 상당수의원이 경고를 받았는가 하면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과 검찰총수가 옷을 벗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또 20일에는 경찰청장이 돌연 사의를 표하기도 해 곧 닥칠 공직사정의 예고편을 보는 듯 하다.

벌써부터 관·정가에선 상당수의원과 차관급 공직자가 어떤 형태로든 사퇴 등의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여 그 윤곽이 드러나는 월말부턴 상당한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재산공개로 인한 도덕성에 곁들여 실명제실시로 의원들의 활동과 의식은 크게 제약을 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정치권의 돈흐름이 유리그릇을 보듯 할터이니 감히 검은 돈이 유입될리 없을 것이다.설사 검은 돈을 만지는 경우가 있다 해도 후환이 두려워 함부로 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것이다.

적고 많음의 차이는 있어도 의원들의 월평균 지출액은 1천여만원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자금이란 이름으로 청탁구별없이 끌어들여 사용해온 정치인들이 이제 어떻게 처신하고 어떻게 선거구를 관리해야 하는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한마디로 실명제에 체질화하지 못하면 정치를 폐업할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공직사정의 예고편

지금 국회는 정치관계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선거비용이 법정한도액을 최고 20배이상 초과하는 정치풍토하에서 진정한 선거문화가 정착될수 없다는 취지에서 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됐을 경우 가차없이 당선무효시켜 과거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생각을 분명히 고쳐놓겠다는 강한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공직자의 재산공개,실명제실시,정치관계법개정등 청렴정치를 위한 좋은 제도를 마련한다 해도 거듭나고자 하는 정치인의 의식전환이 없이는 소기의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돈만드는 기술자」「투기의 명수」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를 떼내고 깨끗한 정치인상을 확립할 때만이 진정 부정부패로 얼룩진 이땅의 정치풍토는 개혁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땅의 전공직자는 분명 선택의 시점에 서 있다.

○깨끗한 정치 계기로

비록 가난하지만 명예를 위해 깨끗한 공직의 길을 걸을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의 지난날을 반성,공직사회를 떠날것인지 둘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다산 정약용은 그의 저서 목민심서에서 『청렴은 목민관의 본무며 모든 선의 근원이며 덕의 바탕이니 청렴하지 않고서는 능히 목민관이 될수 없다』고 갈파했다.

공직자들의 재산공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요즘 그 의미가 다시 한번 되새겨진다.<정치부장>
1993-09-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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