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이산 부르는 「독신자 제한」/80%가 가족 버리고 신분속여 입국/사할린 처자 그리워 재출국 사례도
지난해 9월29일 사할린한인사회는 엄청난 감격에 휩싸였다.강제징용으로 끌려온 1세 한인 77명이 영주귀국이란 이름으로 고향땅으로 돌아간 것이다.한인단체들이 합동으로 환송회를 열었고 러시아주정부 지도자들까지도 떠나는 노인들을 축하하며 환송했다.
적십자사의 주선으로 소위 무의탁 독신노인을 선발해 모 교회가 운영하는 강원도 춘성군 소재 양로원 「사랑의 집」에 거처가 마련된 것이다.금년 3월20일 역시 1세 독신노인 42명이 2차로 이 「사랑의 집」에 합류했다.
주노인회에 따르면 이밖에 지난 89년부터 국내에 있는 친척들이 직접 초청해 들어간 영주귀국자수도 1백여명에 이른다.그리고 경북 고령에 있는 모 양로원으로 영주귀국해 들어가기 위해 80명이 현재 수속중에 있다.
영주귀국자들은 한동안 사할린에 남은 1세노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서윤준 이산가족회장의 말을 빌리면 『영주귀국 신청자들로 붐벼 사할린 이산가족회와 노인회 사무실은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몇달이 지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불거져나오기 시작했다.대한적십자사가 영주귀국 대상자를 선발하는 기준은 「65세 이상,무의탁 독신노인」이다.그런데 오직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에 처자식이 엄연히 있는 노인들이 무의탁 독신자라고 서류를 꾸며 영주귀국자로 신청해 들어가는 것이다.
수십년을 함께 산 부인들과 갑자기 이혼을 하겠다고 나선 노인들이 속출하고 자식들이 엄연히 있는 노인들이 무의탁자라고 신청서를 냈다.특히 부인이 러시아여자거나 재혼한 사람,혼인신고 없이 동거하던 노인들은 하나같이 「독신」서류를 만들어 영주귀국 대열에 선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처자식들이 노인회·이산가족회 사무실에 몰려와 『제발 못가게 말려달라』고 하소연하는 사례가 빈발했다.서회장은 『처자식들이 보내지 말라고 하도 애원을 해 몇사람을 대상에서 제외시켰더니 그 노인들이 사무실로 몰려와 「이놈아,네가 나한테 무슨 원수가 졌길래 내 고향길을 막느냐」며죽인다고 해 혼이 난 일이 있다』고 말했다.
서회장은 『지금까지 영주귀국한 1백19명중 실제 무의탁노인은 20%가 채 안된다』고 실토했다.이같은 사실은 주노인회 박해동회장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됐다.이산가족을 없애기 위해 시작한 사업으로 인해 새로운 이산가족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영주귀국자중에서 적응을 못해 다시 사할린으로 되돌아 오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게 생겨나고 있다.지난 7월28일 친지들을 만나기 위해 사할린을 다시 찾은 영주귀국자 15명중 1명이 자살하고 나머지 4명은 지금 한국으로 되돌아가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중의 1명인 한상국(81)옹은 『고향땅에 묻히겠다는 일념에 영주귀국을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사할린에 두고온 가족들이 보고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그는 사할린에 42년을 함께 산 러시아부인과 자녀 4명이 있다.한옹은 또 『교회에서 운영하는 「사랑의 집」에서 술과 담배를 못하게 하고 새벽기도를 올리게 한다고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게 하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주노인회 박회장은 영주귀국자들의 처우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그는 『우리는 50년간 이역에서 고향을 그리며 술과 담배로 세월을 보낸 사람들이다.그리고 70세 넘은 노인들을 새벽 3시 반에 깨우는 게 말이 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곳의 많은 인사들은 『영주귀국을 결정하기 전에 대상자들에게 모국방문의 기회를 여러번 주는 것도 이런 부작용들을 막는 한가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 두번 고향땅을 보고 오면 망향의 사무침도 분명 조금씩 풀어질 것이고 무리한 영주귀국도 줄어들 것이라는 말이다.지금 한적이 추진하는 모국방문은 1인1회에 국한돼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예산부족 때문인지,인식부족 탓인지 아직 이런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사할린한인문제를 일선에서 다루는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의 T모 영사는 『영주귀국을 둘러싸고 여러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하지만 솔직히 말해 우리 일도 바쁜데 그런 사소한 일에 일일이 신경쓸 수 없다』고 말했다.<사할린=이기동특파원>
지난해 9월29일 사할린한인사회는 엄청난 감격에 휩싸였다.강제징용으로 끌려온 1세 한인 77명이 영주귀국이란 이름으로 고향땅으로 돌아간 것이다.한인단체들이 합동으로 환송회를 열었고 러시아주정부 지도자들까지도 떠나는 노인들을 축하하며 환송했다.
적십자사의 주선으로 소위 무의탁 독신노인을 선발해 모 교회가 운영하는 강원도 춘성군 소재 양로원 「사랑의 집」에 거처가 마련된 것이다.금년 3월20일 역시 1세 독신노인 42명이 2차로 이 「사랑의 집」에 합류했다.
주노인회에 따르면 이밖에 지난 89년부터 국내에 있는 친척들이 직접 초청해 들어간 영주귀국자수도 1백여명에 이른다.그리고 경북 고령에 있는 모 양로원으로 영주귀국해 들어가기 위해 80명이 현재 수속중에 있다.
영주귀국자들은 한동안 사할린에 남은 1세노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서윤준 이산가족회장의 말을 빌리면 『영주귀국 신청자들로 붐벼 사할린 이산가족회와 노인회 사무실은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몇달이 지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불거져나오기 시작했다.대한적십자사가 영주귀국 대상자를 선발하는 기준은 「65세 이상,무의탁 독신노인」이다.그런데 오직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에 처자식이 엄연히 있는 노인들이 무의탁 독신자라고 서류를 꾸며 영주귀국자로 신청해 들어가는 것이다.
수십년을 함께 산 부인들과 갑자기 이혼을 하겠다고 나선 노인들이 속출하고 자식들이 엄연히 있는 노인들이 무의탁자라고 신청서를 냈다.특히 부인이 러시아여자거나 재혼한 사람,혼인신고 없이 동거하던 노인들은 하나같이 「독신」서류를 만들어 영주귀국 대열에 선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처자식들이 노인회·이산가족회 사무실에 몰려와 『제발 못가게 말려달라』고 하소연하는 사례가 빈발했다.서회장은 『처자식들이 보내지 말라고 하도 애원을 해 몇사람을 대상에서 제외시켰더니 그 노인들이 사무실로 몰려와 「이놈아,네가 나한테 무슨 원수가 졌길래 내 고향길을 막느냐」며죽인다고 해 혼이 난 일이 있다』고 말했다.
서회장은 『지금까지 영주귀국한 1백19명중 실제 무의탁노인은 20%가 채 안된다』고 실토했다.이같은 사실은 주노인회 박해동회장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됐다.이산가족을 없애기 위해 시작한 사업으로 인해 새로운 이산가족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영주귀국자중에서 적응을 못해 다시 사할린으로 되돌아 오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게 생겨나고 있다.지난 7월28일 친지들을 만나기 위해 사할린을 다시 찾은 영주귀국자 15명중 1명이 자살하고 나머지 4명은 지금 한국으로 되돌아가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중의 1명인 한상국(81)옹은 『고향땅에 묻히겠다는 일념에 영주귀국을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사할린에 두고온 가족들이 보고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그는 사할린에 42년을 함께 산 러시아부인과 자녀 4명이 있다.한옹은 또 『교회에서 운영하는 「사랑의 집」에서 술과 담배를 못하게 하고 새벽기도를 올리게 한다고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게 하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주노인회 박회장은 영주귀국자들의 처우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그는 『우리는 50년간 이역에서 고향을 그리며 술과 담배로 세월을 보낸 사람들이다.그리고 70세 넘은 노인들을 새벽 3시 반에 깨우는 게 말이 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곳의 많은 인사들은 『영주귀국을 결정하기 전에 대상자들에게 모국방문의 기회를 여러번 주는 것도 이런 부작용들을 막는 한가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 두번 고향땅을 보고 오면 망향의 사무침도 분명 조금씩 풀어질 것이고 무리한 영주귀국도 줄어들 것이라는 말이다.지금 한적이 추진하는 모국방문은 1인1회에 국한돼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예산부족 때문인지,인식부족 탓인지 아직 이런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사할린한인문제를 일선에서 다루는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의 T모 영사는 『영주귀국을 둘러싸고 여러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하지만 솔직히 말해 우리 일도 바쁜데 그런 사소한 일에 일일이 신경쓸 수 없다』고 말했다.<사할린=이기동특파원>
1993-09-1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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