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40주년의 판문점/구본영 북한부기자(오늘의 눈)

휴전 40주년의 판문점/구본영 북한부기자(오늘의 눈)

구본영 기자 기자
입력 1993-07-16 00:00
수정 1993-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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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비가 그친 「분단의 현장」에도 신록이 그 푸르름을 더해 가고 있었다.제네바에서 북한핵사찰을 의제로 2단계 북·미 고위급접촉이 열린 14일 기자는 판문점을 찾았다.

지난 1월말 남북핵통제공동위원장 접촉을 끝으로 남북간 공식대화가 끊긴지도 5개월20여일.휴전협정을 조인한지 40주년이 되는 판문점의 우리측 「평화의 집」이나 북측의 「통일각」 등 회담장 주변에는 무거운 정적이 드리워져 있었다.북한 경비병의 굳은 표정에는 여전히 변화와 개방을 거부하는 북한당국의 완강함이 그대로 담겨 있는 듯했고,어쩌면 핵문제가 단시일내에 쉽게 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마저 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남북 직통전화나 직접 대면을 통해 북쪽 사람들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남북회담사무국 소속 연락관들의 얘기는 달랐다.북측 인사들도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엔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회담이 열릴 때 북측 대표들은 익히 알려진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진수성찬을 내놓아도 우리측 사진기자들이 있으면 먹지를 않았다.그러나 요즈음엔 어떤 「눈치」도 보지 않고 우리 음식을 스스럼없이 먹는다』

한 연락관은 북측 인사들의 쉽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분명한 변화에 대해 이렇게 상징적인 실례를 들었다.당장의 성과는 없다 하더라도 잦은 대화와 접촉이 북측 인사들의 경직성을 알게 모르게 누그러뜨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개혁·개방=체제붕괴」라는 등식을 두려워하고 있는한 어차피 북측을 단번에 변화시키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이는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같은 인도적 교류부터 시작하자는 우리측 제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협 우선을 고집하고 있는데서도 알 수 있다.



북측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선 보다 길게 내다보는 거시적 통일정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그리고 통일문제는 상대가 있는 게임인 만큼 성급한 기대보다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3-07-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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