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들의 영어실력/뉴욕에서(임춘웅칼럼)

교포들의 영어실력/뉴욕에서(임춘웅칼럼)

임춘웅 기자 기자
입력 1993-06-18 00:00
수정 1993-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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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고있는 우리 교포들의 영어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더없이 흥미로운 의문이 아닐 수 없다.재미야 있겠지만 그렇다고 실력을 평가할 방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조사를 할만큼 한가한 사람도 흔치는 않을 터여서 이런 조사가 있었다는 얘기를 일찍이 들어본 일이 없다.아마도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일부 노인네들을 제외하면 미국교포들의 대부분은 영어를 「유창」하게 할 것으로 믿고 있을 것이고 미국에 사는 교포들은 교포의 90%는 영어를 못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추측일 뿐이다.

한국사람들은 미국에 살면서 영어를 못한다는 것을 좀처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그도 그럴 것이 매일같이 보고듣는 것이 영어뿐인 세상에 살면서 영어를 어떻게 못할 수 있다는 말인가고 가볍게 생각해 버린다.그래서 미국에 몇년 살다가 모처럼 서울을 방문한 사람은 으레 영어가 우리말 보다 편한 사람,용케도 한국말을 잊지 않고 돌아온 「애국자」취급을 받는다.방문객은 방문객대로 굳이 부인할 처지도 아니어서 졸지에 「영어가 유창한 사람」이 돼 버린다.반면에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오래오래 살아도 영어가 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다 비슷하겠거니 해 한국사람 영어실력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런데 미상무부가 최근 한국교포들의 영어능력과 관련된 한 자료를 내놓았다.이 자료를 보면 교포의 38.8%가 「아주 잘한다」로,31.1%는 「잘한다」로,24.7%는 「못한다」로,5.4%는 「전혀 못한다」로 분류돼 있다.상무부는 이 조사를 어떤 방법으로 했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는데 인구조사를 하면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의 영어해득력을 물어 모은 자료가 아닌가 여겨진다.그러니까 교포들의 자평인 셈이다.

자평의 객관성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는 별개의 문제로 하고도 교포의 30.1%는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로 돼있다.이는 미국내 인종별 영어장애율 50개 순위중 3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이다.중국계(4위) 베트남계(5위)일본계(12위) 보다도 영어를 못한다는 얘기가 된다.미인구통계국 조사에서도 한국계는 영어를 일상 쓰지 않는 민족순위8위를 차지하고 있다.그러나실제는 30.1%가 아니라 대부분의 교포가 엄청난 영어장애속에 살고 있다는게 정직한 평가일 것이다.

어째서 가장 고학력이민자들로 알려진 한국계가 영어를 특별히 못하는 편에 속하는 것일까.첫째는 한국인들이 끼리끼리 몰려 살기 때문에 영어의 필요성을 덜 절감하고 있을 것이란 점이 지적되고 있다.둘째로는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일을 하기 때문에 영어를 배울 시간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그밖에도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국인들이 영어는 쉽게되는게 아니고 당장 절실한 것도 아니니 이민1세는 애써 배울 필요가 없다고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혐의가 있다.



부모 자식간 대화의 단절,미국사회로부터의 고립,지금 교포사회가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이런 문제들이 바로 1세들의 성급한 오판의 결과가 아닐지 모르겠다.언어는 직업상의 필요,신분상승의 수단 이상의 것인 것이다.<뉴욕특파원>
1993-06-1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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