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증도 없이 수사해도 되나” 비아냥/천기호 치안감 수사 이모저모

“물증도 없이 수사해도 되나” 비아냥/천기호 치안감 수사 이모저모

입력 1993-05-13 00:00
수정 1993-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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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슬롯머신지분 몰랐다” 변명/형사들,기자에 수사방향 질문

○“나는 모른다” 일관

○…정덕진씨 비호세력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천기호 치안감을 전격소환,활기를 되찾은 검찰은 철야조사를 통해 정씨와의 유착관계를 비롯 슬롯머신업소로 부터의 뇌물수수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나 천씨가 혐의사실을 계속 부인하는 바람에 애를 먹고 있다.

검찰은 천치안감이 서울 강남의 리버사이드호텔 슬롯머신업소지분 가운데 상당분을 형 재호씨(사업)명의로 취득케했다는 정보를 입수,취득경위등을 추궁하고 있으나 천치안감은 『형님이 돈을 주고 지분을 취득했다는 사실은 검찰에 와서 비로소 알게됐다』『슬롯 머신이 수사기관의 따가운 감시아래 놓인 사실을 잘알고 있는 내가 미리 알았더라면 투자를 말렸을 것』이라며 딴청.

검찰은 이에따라 천치안감의 형 명의로 된 통장을 통해 88년부터 매달 3백여만원씩 입금된 돈의 출처를 추궁하고 있으나 천치안감은 『입금자가 누구인지 내가 어찌 아느냐』며 큰소리.

○“유도신문 말라”

○…이틀째 소환조사를받고 있는 천치안감은 수사통으로 30여년동안 잔뼈가 굵은 탓인지 철야조사로 눈이 충혈된 상태에서도 검찰수사관의 집요한 추궁에 전혀 틈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조사를 맡았던 한 수사관은 이미 관련 참고인의 진술을 통해 슬롯머신업소 허가등 편의를 봐준 대가로 1억여원을 받은 사실이 확보돼 있음에도 천치안감이 『유도신문 말라』『검찰이 물증도 없이 사람을 수사해도 되느냐』며 은근히 비아냥대고 있다고 전언.

이를 두고 검찰주변에서는 『수사베테랑으로서 그동안 쌓은 수사기술을 발뺌하는데 효과적으로 써먹고 있는 것 아니냐』며 한마디씩.

○“근거부족” 해석도

○…천치안감의 소환을 두고 검찰내부에서는 정씨 배후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보는 입장과 「꿩이 없어 닭을 잡은 것 아니냐」는 엇갈린 해석이 대두.

전자는 천치안감이 정씨 형제들이 슬롯머신 지분을 장악하고 있는 강남경찰서장을 지낸 외에도 업소 허가및 갱신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서울시경 3부장등을 지낸 경력등에 비춰 검찰이적어도 경찰내부에 정씨형제의 조직적 비호세력의 존재를 이미 확인해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

반면 후자는 만만한 경찰만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비난의 우려를 무릅쓰고 이미 비위사실이 드러나 대기발령중인 천치안감만을 궁색하게 소환한 것은 정씨의 비호로 언급돼온 정계·검찰·안기부등의 인사들에 대한 추궁근거가 시원치 않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해석.

○조사실 철통경비

○…천치안감의 조사가 진행중인 서울지검청사 11층 특별조사실 주변은 기자들의 접근을 막기위해 3∼4명씩의 검찰직원들이 책상을 갖다 놓고 보초를 서는 가운데 경찰에서 나온 형사들이 눈치를 보아가며 정보수집에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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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형사들은 검찰직원들로부터 『가까이 올 수 없다』며 냉정히 거절당하고는 취재기자들을 상대로 『어떻게 될 것 같느냐』며 여러차례 물어 경찰에 대한 전면적 수사여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경찰수뇌부로부터 사태추이에 대한 상세한 보고 지시를 받았음을 암시.<박성원·박상렬기자>
1993-05-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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