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척결(외언내언)

친일척결(외언내언)

입력 1993-05-13 00:00
수정 1993-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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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광복을 지향하여 거족적으로 발양된 위대한 3·1정신을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 주는 3·1문화상 수상자 가운데는 엉뚱하게도 친일인사들이 포함돼 있다.일제의 대동아전쟁을 찬양하는 글 「동방의 여인들」과 학도병 출전을 격려하는 시「내 어머니 한말씀에」등을 쓴 여류시인 ㅁ씨를 비롯,문학평론가 ㅈ씨 ㅂ씨,소설가 ㅊ씨등 문인들과 동양화가 ㄱ씨,서양화가 ㄱ씨등이 그들이다.이 가운데 ㅂ씨와 ㅁ씨는 이 상의 심사위원까지 역임했고 다른 심사위원들 중에서도 사학자 ㅇ씨,야당 총재를 지낸 ㅇ씨,국립대학총장을 역임한 ㅇ씨,명문사학 총장을 지낸 ㅂ씨등이 친일인사로 분류된다.

우리사회의 친일 청산이 얼마나 이루어지지 않았는가를 보여주는 기막힌 자료는 또 있다.48년 제헌국회에도 친일인사가 10명(4.8%)이나 있었고 50년 2대 국회엔 20명(9.2%),58년 4대 국회엔 26명(10.5%)으로 더욱 늘어났다.그런가 하면 자유당때 장관을 역임한 사람 96명 가운데 34%인 33명이 친일인사였고 허정 과도내각때는 그 비율이 무려 60%에 달했다.경제계는 더욱높아 55∼65%에 이른다.평생을 친일문제 연구에 바친 고 임종국씨가 밝혀낸 자료다.

이러하니 정부가 포상한 독립유공자 명단에 친일인사가 포함되고 독립기념관에 그들에 관련된 자료가 전시돼도 새삼 놀랄 일이 못되는 것이다.보훈처는 이들에 대한 재심사를 실시하여 친일행위가 확인될 경우 서훈을 취소하기로 했으며 독립기념관도 관련전시물의 철거를 검토하고 있다한다.늦었지만 잘한 결정이다.

기회주의 출세주의등 왜곡되고 뒤틀린 우리사회의 부정적 가치관은 친일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크게 기인한다.정통성을 지닌 정부만이 친일청산에 나설수 있다.문민정부의 개혁과제로 친일 청산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기를 기대한다.

1993-05-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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