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종/유혜자 수필가(굄돌)

두개의 종/유혜자 수필가(굄돌)

유혜자 기자 기자
입력 1993-04-16 00:00
수정 199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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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동구라파의 짧은 여행에서 두개의 인상적인 종을 보았다.하나는 모스크바의 크렘린궁(궁)안에 있는 세계최대의 종이고 다른 한개는 프라하의 구시청사에 있는 천문시계의 종이다.

모스크바의 종이 명실공히 세계최대의 규모로 큰 소리를 울릴계획으로 만든것에 비하여 프라하의 것은 천문시계에 딸린 시각고지용 부속물에 불과하다.그러나 앞의 것은 어마어마한 크기로 시각적으로만 감탄을 주는 대신 한번도 울린 적이 없는 무용지물이었고 프라하의 천문시계에서는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종소리가 매시각마다 「땡땡」하고 울려 경이로운 조각상을 나타나게도 하는 것이었다.

종이란 사람을 모이게 하는 것이란 종교적인 임무가 생각날 만큼 두개의 종앞에는 과연 인파가 몰렸다.높이가 우리네 보신각종(3·8m)의 거의 두배가 됨직한 모스크바의 종앞에서 종을 올려다보는 이들.그러나 떨어진 조각을 이어붙인 모습에 허탈해져서 황황히 떠나는 것같았다.그러나 프라하의 천문시계 앞엔 예수의 산상설교를 들으려고 오는 군중들의 대열같았다.정시가 가까워오자 아름다운 조각의 숫자로 이뤄진 시계판이 붙은 시계탑을 향한 시선들.드디어 시계판 윗부분의 작은 창이 열리는가 했더니 「땡땡」하는 종소리가 나며 예수의 12제자 인형이 한사람씩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그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자 「멍」하고 서있는 군중들 속에서 나는 그 종과 모스크바종에 얽힌 유래를 생각하며 착잡해졌다.사람이 이룰 수 있는 예술의 한계와 무모한 욕심.

세계에서 가장 크고 훌륭한 종을 만든다는 의욕과 자부심으로 러시아의 이반 마트린부자(부자)는 온갖 시도와 숙련끝에 드디어 주조과정에 이르렀을 것이다.종이 거의 완성되는 순간 불이 나서 불을 끄려고 부은 물이 종의 몸체에 흘러들어갈 줄이야.결국 미완성인 채로 종각에 매달려보지도 못하고 커다란 구리덩어리로 구경거리에 그치고 말았으니.프리하의 그 아름다운시계도 세계에서 그 예술품을 자기네만 간직하려고 제작자인 「하스주」를 장님으로 만들어버렸다고 한다.

예술가의 고독과 고통이 두개의 종에서 느낄 수 있는 공통점이었고 무모하고 처절한인간의 욕심이 어떤 결과를 나타내는가 하는 것을 성공과 실패의 모습으로 보여준 것들.12사도의 모습들뒤로 보이지 않는 예수의 가르침을 느끼며 돌아섰다.

1993-04-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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