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거듭나기 아직은…/이건영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군 거듭나기 아직은…/이건영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이건영 기자 기자
입력 1993-04-13 00:00
수정 1993-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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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홍보정책은 과연 변했는가.지난 1일부터 매일 상오11시에 일일브리핑을 해온 국방부의 홍보방침은 상당히 변한듯 했다.문민정부 출범과 더불어 군이 거듭나고 있다는 증거로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작지만 상징적인 변화로 환영을 받았다.국방부의 과거 홍보태도에 익숙했던 사람들로부터는 『시대가 변하긴 변했구나』하고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12일 하오 국방부 제1회의실에서 있었던 「육군17사단 불상훼손사건」과 관련한 불교관계자들의 장관 항의방문 간담회장에서는 사정이 좀 달랐다.사진 취재가 점잖게 거절됐던 것이다.물론 완곡하게 사진취재를 거부한 양상이긴 했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또 이러긴가.옛날 관행을 못버리는 모양』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말이 없을 정도였다.

국방부의 입장을 이해못하는 게 아니다.훼불사건과 관련해서는 국방부가 재발방지 다짐 속에 장관이 직접 공개사과하는 입장이었으나 이날은 간담회장에서 설혹 쌍방의 격앙된 분위기로 거두절미된 「상황」이 나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이 더 강하게 작용한 듯 했다.

그러나 사진취재의 경우 유독 불교계 언론매체에만 개방,막을 수 있는 데는 막고 피할 수 없는 데는 내버려 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간담회장에는 한 쪽에 스님과 신도등 불교관계자 70여명이 자리잡고 또 한쪽에는 국방부및 육군관계자 30여명이 나와 자리를 지키는 등 일찍이 볼수 없었던 장면을 연출했다.

예정시간을 50분가량 넘게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너무도 진지해 사진 한장 못찍은 게 오히려 「옥의 티」로 작용했을 정도였다.

불교관계자들은 다소 상기된 모습들이었지만 이에 응수하는 국방장관 및 국방부 관계자들의 해명은 비교적 소상했으며 솔직한 편이었다.

권령해장관은 『나의 종교가 소중하면 남의 종교도 소중하다』고 전제,『관련 대대장및 관계자들의 형사처벌문제도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면서 불교관계자들에게 최대한의 석명노력을 했다.

어찌보면 불교관계자들의 항의방문을 계기로 「해명의 장」을 마련코자 한 게 아니냐 할 정도로 진솔한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권장관으로서도 이같은 담백한 해명장면을 널리 알려 불교계의 파문을 가라앉히고 싶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결국 서로가 이해를 구하고 해결의 방안을 찾을 수 있는 장소에 일부 관계자들의 「구태의연」한 발상이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지적이다.

군이 변한다는 것은 위만 변하는 게 아니다.위·아래 모두 변해야 한다.내부의 진통을 수반하는 「군의 거듭나기」가 이런 저런 이유로 뒤뚱거려서는 안되겠다.
1993-04-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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