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위의 직무유기/고두현 체육부 국장급기자(오늘의 눈)

권투위의 직무유기/고두현 체육부 국장급기자(오늘의 눈)

고두현 기자 기자
입력 1993-04-06 00:00
수정 1993-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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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변기에 머리를 박고 괴어 있는 물을 마시려고 했다.그러나 인간으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차마 그럴수는 없었다.감량중에는 그렇게 목이 마르다』

65년부터 68년까지 프로복싱 밴텀급세계챔피언을 지낸 일본의 파이팅 하라다의 말이다.

『감량을 하고 있노라면 꿈에서도 음식이 보인다.게다가 신경이 곤두서서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게 된다』는 것이 66년부터 68년까지 주니어미들급 세계정상에 올랐던 김기수의 설명이다.

체급경기인 프로복싱에서 계체량통과는 링에 오르기 위한 첫번째 관문인 셈이다.그래서 엄청난 감량고를 견뎌내야만 한다.

중남미같은 곳에 우리나라나 일본의 프로복서가 원정을 가면 먼저 계체량에서 속을 때가 적지않다.이쪽은 성실하게 감량을 하고 나갔는데 상대방선수는 저울에 오르자마자 이쪽에서 눈금을 읽어볼틈도 주지않고 뛰어내리고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주스를 벌컥벌컥 마셔버린다.

뻔히 부정계체량인줄 알면서도 이미 주스를 마셔버렸으니 다시 저울위에 올려놓아보아야 아무 소용이 없다.

무리한 감량을 하지않은 쪽이보다 체력을 지니고 있을 것은 다시 말할나위도 없다.

그래서 KBC(한국권투위원회)경기규칙 제13장 「게체량」제56조에는 「출전선수는 본회 또는 지회에서 지정한 시간에 지정한 장소에 출두,본회 또는 지회의 역원입회하에 계체량을 해야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계체량의 공정성 보장을 못박아 놓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4일하오 문화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OPBF(동양태평양권투연맹)주니어페더급 타이틀매치,챔피언 최재원과 도전자 바라하마(인도네시아)의 메인게임과 오픈게임등이 KBC직원의 계체량 입회가 안돼 유산되고 말았다.

이 경기를 위해 땀을 흘려 준비했던 선수들,적지않은 투자를 한 프로모터들에게 피해를 입혔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KBC는 마땅히 그책임을 져야한다.

일부에서는 마치 프로복싱계의 내분이 이번 사건의 원인인 것처럼 이야기되고도 있지만 그전에도 프로복싱계의 내분은 있어왔으나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사건만은 변명의 여지없이 KBC의 잘못이라 여겨진다.
1993-04-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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