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와 수분(외언내언)

자리와 수분(외언내언)

입력 1993-03-24 00:00
수정 1993-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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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의원들의 재산공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복잡하고 조잡하다.그들은 정치인이다.재벌이나 장사꾼도 아닌데 보통 10억 20억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단위가 높아져 이제는 수십억에서 백억대까지,1인당 평균 25억이란 숫자까지 나온다.

이런 와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이회창감사원장의 공관입주 「거부」다.

『지금 살고있는 구기동집이 전혀 불편하지 않은데』굳이 규모가 크고 호화스러운 공관으로 옮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지 9백70평에 건평 2백평 정원에 골프연습시설물을 갖춘 벽돌 건물.신문에 난 흑백사진을 보면 호화주택보다는 무슨 비밀집회를 위한 아지트나 요색같은 느낌이다.

국가의 예산집행을 감독하고 공직복무자세를 밝게 「사정」해야 하는 직책에 비해 어딘지 어둡고 수상한 구석마저 풍긴다.이감사원장으로서도 그 어둠침침한 느낌이 자신의 직책과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다.과연 옳고 그름을 바로 가려 나가야하는 감사원장다운 자세다.

골프연습장뿐 아니라 테니스코트에 풀장까지 갖춘 호화주택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런 것을 선호한다면 그들은 이미 관리는 아니다.감사원장의 공관은 그것이 「관저」이고 그 관저에 살아야할 관리가 「관저와 직책이 서로 걸맞지 않음」을 드러내준데 있다.

공관이란 관직에 있을때 임시 머무는 우거에 불과하다.정사를 연장시키는 구실로서 건물이 과시될 필요는 없다.

한낱 서생이 자신의 출세를 실감하고 자랑하고 싶다면 「고대광실」일수록 우쭐할지 모른다.

누추해서 업무에 불편하다는 논리는 빈약하다.13평짜리 아파트라도 대쪽같은 정의감으로 자신의 소신을 얼마나 올바로 펴나가느냐가 문제다.모든 나라가 「살림줄이기」에 허리를 졸라매는 시기이다.지나치지 않고 알맞게 행동해서 후회하는 일은 없다.내자리와 자리에 맞는 분수를 알수 있어야겠다.
1993-03-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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