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는 밀실정치의 산실/박상렬 사회1부기자(현장)

헐리는 밀실정치의 산실/박상렬 사회1부기자(현장)

박상렬 기자 기자
입력 1993-03-12 00:00
수정 1993-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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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가철거 지켜본 시민 “새시대 실감”

『쿵,쿠르르 쿵』

11일 상오10시 서울 종로구 궁정동 청와대 분수대광장 앞 청와대 궁정동 안가(안전가옥).

50여명의 청와대 및 서울시 관계자들과 분수대 광장의 시민 1백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구시대 권위주의 정치의 상징인 청와대 안가 「영빈관」건물 3채가 맨 먼저 대형 포크레인 크러셔 2대의 거대한 압쇄기에 의해 폐허로 변하며 굉음과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져 갔다.

청와대 궁정동 안가에서 이렇게 요란한 굉음이 울린 것은 79년10월26일 한밤중 요란한 총성이 울려퍼진 이래 13년5개월만이다.

80년초 총성의 현장인 궁정동 안가 「한국관」건물 1채가 헐려 없어진 뒤 13년만인 이날 나머지 안가건물도 모두 없어지는 것이다.

『부패한 권력의 밀실정치 상징물이 이렇게 빨리 없어질 줄은 몰랐는데….진작 사라졌어야 할 부끄러운 유산이 해체되는 것을 보니 가슴이 시원합니다』

건물해체를 담당한 산청개발주식회사 현장사무소장 장종복씨(45)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전격적으로 해체하는 것은개혁의 새시대를 막는 어떠한 장애물도 과감히 제거할 것이라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철거현장을 지켜보던 청와대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안가해체의 의미를 이렇게 강조했다.

『안가를 해체시킨 것은 결국 개방시대를 바라는 대다수 국민의 희망이 집약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동네주민들과 함께 청와대 구경을 왔다는 김태규씨(56·농업·경남 사천군 곤명면 정곡리 105)는 분수대 광장에서 새시대에의 기대를 가득 담은 눈으로 「권위주의」의 종말을 매섭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해체현장에서 손도근 서울시 공원녹지과장(55)은 『25일까지 해체작업이 끝나면 10·26총성의 현장은 주차장으로,나머지는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해체건물에서 수거되는 기와 수천장과 정원수들은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기증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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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현장에는 문민시대를 맞아 과거 암울했던 밀실정치의 찌꺼기가 한꺼번에 없어지는 듯 후련함이 감돌았다.
1993-03-1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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