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조심 말조심(외언내언)

몸조심 말조심(외언내언)

입력 1993-03-09 00:00
수정 1993-03-0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토정비결 같은 것에는 구설수가 있을 듯하니 조심하라는 말이 나온다.남의 입살에 오른다는 뜻이다.그렇게 이러쿵 저러쿵 구설수에 올라서 좋을 턱이 없다.하건만 세상 사는 사람치고 구설수에 안오를 수 있는 경우가 그 얼마이겠는가.

구설수는 두가지로 생각해 볼수 있겠다.그 하나는 전혀 근거없는 낭설의 경우이다.그것은 다시 와전된 경우와 악의가 개재된 경우로 나누어진다.사실무근한 구설수 가운데는 후자,즉 이쪽을 궁지에 몰아넣음으로써 이득을 보고자 하는 음모의 경우가 많다.다른 하나는 근거있는 사실의 경우이다.그러나 이 경우도 백프로 사실인 경우와 사실이 과장된 경우로 나뉜다고 할 것이다.

『큰길에서 얻어들은 것을 그대로 작은 길에서 옮겨 이야기함은 덕을 버리는 것이니라』는 가르침이 「논어」(양화편)에 보인다.이 얘기 저리 옮기고 저 얘기는 이리 옮기면서 거기에다 고물까지 묻히는 일은 바람직스러운 덕목이 아니라는 뜻의 말이다.하지만 세상은 남의 말 하기를 좋아한다.더구나 『나쁜 소문은 좋은 소문보다 더 빨리 퍼진다』(토머스 키드)는 말 그대로 좋잖은 얘기일수록 흥미의 대상으로 삼는게 세상 인심이다.

세상에는 구설수를 더 많이 타야 하는 직업이 있다.공적인 성격을 띠는 경우일수록 그렇다.가령 인기인들을 보자.조금만 조신을 잘못하면 금방 구설수에 오른다.서양쪽에서는 인기를 끌어보려고 일부러 구설수를 만든다는 말도 있지만 그거야 말로 고육지계라고 할 일이다.

사회적으로 지도적 위치에 있는 인사들도 「보통시민」보다는 구설수를 더 예민하게 타게 되어있다.언행 하나하나가 귀감이 되어야 한다는데서이다.그 동안 구설수에 올랐던 각료들이 물러나고 있다.낭설이 아닌 사실로서 입증되면서이다.어떻든 몸조심,말조심을 했어야했다.구설수 안은 사람이라면 스스로 벼슬자리에 연연하지 말아야겠다는 지표가 보인다.

1993-03-09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