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보사의 도덕불감증/우득정 사회2부기자(오늘의 눈)

박 보사의 도덕불감증/우득정 사회2부기자(오늘의 눈)

우득정 기자 기자
입력 1993-03-07 00:00
수정 1993-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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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실보사부장관은 5일과 6일 이틀동안 네차례에 걸친 기자간담회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박장관은 결혼 5년만에 남편을 사별한 뒤 혼자 세자녀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으며 지금까지 30년동안 자신을 거쳐간 환자의 이름을 모두 기억할 정도로 성심성의껏 환자를 돌보았다고 자부했다.그리고 남편을 일찍 여읜 탓에 자신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가능한 한 재산을 자식들의 명의로 등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위장전입등의 방식을 통한 부동산매입에 대해서는 『주위의 친구들이 모두 그렇게 하길래 따라 했을 뿐』,『부동산중개업자가 그렇게하면 된다고 하길래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이에 덧붙여 자신이 장관이 될 줄 꿈에라도 생각했더라면 그런 식으로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박장관이 스스로 자신의 장관 발탁사유로 꼽고 있는 것처럼 누구보다도 세심하게 환자를 돌보고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 앞장 선 것은 의료계내에서 귀감이되고 남을만한 정도였는지는 모른다.또 자신의 표현처럼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그를 좋아했다는 것도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박장관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이른바 복부인들의 전형적인 토지투기수법인 「위장전입」이라는 불법적인 수단이 동원된 부동산투기를 『친구들이 하는대로』『중개업자가 시키는대로』했을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투로 이야기 하고 있다.

이같은 그녀의 정서속에 담긴 「도덕성 불감증」이 지금까지 우리사회를 얼마나 깊은 고통속에 허덕이게 했고 국가적으로 크나큰 경제적 손실을 끼쳤는지를 잊고 있는 것 같다.자신이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장관에 발탁되는 바람에 문제가 됐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바로 그 부동산 매입과 치솟는 전세값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가장이 있었다는 「현실」을 전혀 별개의 문제로 치부하는 의식구조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더구나 박장관의 경우에서 읽을 수 있는 도덕성 불감증은 지도층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을 포함하여 우리사회전반에 만연되어 있는병리현상이 드러낸 극히 부분적인 예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니 국가의 장래가 아찔해지는 느낌이었다.
1993-03-0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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