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손에 안잡혀요”(현장)

“공부가 손에 안잡혀요”(현장)

이진희 기자 기자
입력 1993-02-10 00:00
수정 1993-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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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외국어고 개학… 학생들 “허탈감”

『우리학교가 불미스러운 일로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데 이는 선생님들의 문제이니 학생여러분은 개의치말고 공부에 매진해 주기를 바랍니다』

9일 상오9시 공석중인 교장을 대신한 대일외국어고 백덕기교감선생님은 이날 개학식 연설을 짧게 매듭지었다.

이어 학생들은 상오10시부터 학기말시험에 들어갔다.

이날 학생들은 추운 날씨와 시험의 중압감에다 교육청의 감사까지 겹쳐 그 어느때보다 무거운 분위기였으나 시험중간의 쉬는 시간에는 간간히 얘기꽃을 피워 다소 훈기를 되찾았다.

『부끄럽기도 하고 심한 배신감을 느낍니다』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잃은 것 같아 허탈합니다』

좋았던 선생님들,명문학교에 다닌다는 자부심,인간에 대한 믿음등….

이 학교 1학년2반 중국어과 학생들은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내심 분노하고 있었다.

2학년 일어일문과 김모군(17)도 『설마했는데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만큼 창피하다』고 얼굴을 붉혔다.

김군은 또 교사이신 아버지가「널 보기가 부끄럽다」고 말씀하실때 돈때문에 양심을 판 선생님들을 무척 원망했다』고 털어놓았다.

『스쿨버스를 한대 사주면 입학한다,얼마를 내면 내신성적을 고쳐준다는 등의 소문은 이미 퍼져있었습니다』

1학년 중국어과 이모군(16)은 『양호실에 자주 간다거나 아무데나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은 「그런 아이」로 통했다』며 『그런 애들에게는 선생님도 반친구들도 모른척하고 간섭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군은 그러나 『다른 학교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을 우리 학교만 모든 부정과 부패의 온상으로 내모는 것같아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이날 커닝과 시험부정을 막기위해 1학년과 2학년을 한 반에 섞어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 학교가 내신성적조작과 신입생 무더기부정입학등으로 큰 물의를 빚은 것을 생각할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이진희 사회1부기자>
1993-02-1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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