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 능력과 「현실 적합성」(객석에서)

음악적 능력과 「현실 적합성」(객석에서)

입력 1993-02-09 00:00
수정 1993-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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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는 현실에 밝은 내국인이 맡는 것이 좋을까 음악적 능력이 더 나은 외국인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까.

지난 5일 밤 KBS교향악단과 서울시향은 KBS홀과 세종문화회관대강당에서 나란히 연주회를 가졌다.지휘자는 또 지난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취임한 두 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오트마 마가와 박은성이 나섰다.이날 KBS교향악단은 「봄맞이 왈츠의 향연」,서울시향은 「한중 수교 기념 연주회」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물론 이 두 연주회로 외국인과 내국인 가운데 어느쪽이 상임지휘자로 적합한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그러나 두 쪽의 「우열」까지는 아니더라도 「차이」정도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KBS교향악단의 왈츠 연주회는 오트마 마가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만으로 프로그램을 짜 「비엔나풍의 무도회 분위기를 무대에서 음악으로 재현」하겠다는 것이다.마가는 아마도 왈츠만을 연주하는 비엔나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비엔나 사람들에게 그 음악회는 일종의 팝스콘서트이다.그러나 우리의 음악취향은 아직 왈츠연주회가 팝스콘서트일수 없다.그렇다고해서 왈츠가 연주회 하나를 채울 만큼 진지하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이 점은 서울공연에 앞서 가진 공주와 청주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지방도시에서 KBS교향악단이 연주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외국인인 마가는 알수가 없다.왈츠가 끝난후의 박수갈채 이면에는 그 흔치않은 기회를 흔해빠진 왈츠로 흘려 보낸 사람들의 탄식이 더 크다는 것을 마가가 알리없는 것이다.

반면 한중 양국의 연주자들이 양국의 창작곡을 연주한 서울시향의 공연은 왈츠연주회 만큼의 갈채는 받지못했다고 한다.그러나 관객들에게 흥겹지는 않았어도 어느때보다 진지하고 의미있는 연주회로 받아들여졌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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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뿌리박은 사회의 음악적 현실에 둔감한 연주자는 좋은 연주자일수 없다.그러나 외국인인 마가에게 이 것까지 바랄수는 없다.다만 한국인으로 이 땅에 살면서 사고는 「비엔나스타일」로 하는 음악가는 없는지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1993-02-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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