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황석영(외언내언)

작가 황석영(외언내언)

입력 1993-01-09 00:00
수정 1993-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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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의 작가 황석영이 범민련과의 결별을 선언했다.『국내의 정치적 변화등이 범민련을 결성할 당시와는 많이 달라져 범민련의 시대적 사명은 끝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 결별선언을 접하며 생각나는 일이 있다.범민련의 이름으로 북한을 드나들며 화려하게 「진보적」행보를 펼치던 91년께 한 인터뷰에서 그는 김지하씨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이념의 토대나 문학적 전제를 공유한다고 평해져온 김지하씨의 「좌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어려운 시련을 겪은 김씨의 심신이 건강하기를 바랐는데….일제시대 변절한 문인들을 두고 「조문」을 썼던 사람들처럼 할수도 없고.김씨에 대해선 논리적 답변을 피하고 싶다』

김지하씨의 「변절」에 조문을 쓰고싶어했던 그때의 심경과 지금 범민련에 「결별」을 선언하는 마음이 어떻게 다른지 잠시 궁굼증이 들었다.

당시에 그는 또 이렇게도 말했다.『들어가(귀국)구속되기 보다 명망성을 유지하며 밖에서 통일운동 분야의 해외 파견임무를 수행한다는 조직의 결정에 따라 여기(베를린)에 머무를 뿐이지 나는 망명작가는 아니다』여기서 말한 「조직」이 「범민련」임을 우리는 안다.「임무」가 잘 수행되어 다른 세상이 되었더라면 미국에서 영주권을 얻고 주저앉는 생활은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궁굼하다.김일성주석과 정다운 표정을 지어가며 선택받은 사람처럼 우쭐해보이던 그의 얼굴도 우리는 기억한다.범민련과 굳이 결별까지 선언한 것을 보면 「상황의 변화」로 사명을 끝냈기 때문이라는 그의 변해도 부자연스럽다.

그렇기는 하지만,우리는 이 작가를 잃고 싶지는 않다.다소 나대지만 재능이 빛나는 보배로운 이 작가를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이다.그도 필경 돌아오고싶을 것이라고 믿는다.범민련과의 딱부러지는 결별이 그런 심리적 정돈의 선언이라고 보인다.모국어라야 빛날 수 있는 소중한 우리 작가가 그만 유랑을 끝내고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1993-01-0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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