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석조물 송곳니 “수난시대”/전국곳곳서 파손 잇따라

맹수석조물 송곳니 “수난시대”/전국곳곳서 파손 잇따라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1992-12-27 00:00
수정 1992-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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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보호 또는 불을 막는 상징으로 전국 곳곳에 세워진 호랑이·사자 등의 석조조형물 송곳니가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미신 때문에 잘라져 없어지는 수난을 겪고 있다.

이들 석조상은 풍수지리설 또는 전래의 민속신앙에서 유래된 지역사회 보호의 상징으로 세워졌으나 최근 맹수의 송곳니가 불치병치료 또는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미신 때문에 무참히 뽑혀지고 있다.

이때문에 많은 맹수석조상들은 원래의 송곳니 대신 틀니를 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강남구 신사동을 잇는 한남대교의 양쪽 끝에는 화강암으로 만든 4마리의 호랑이및 사자상이 금방이라도 달려들듯이 입을 벌리고 앉아있다.

지난 69년 당시 「제3한강교」의 이름으로 다리를 준공할 때 서울시가 석상조각가인 홍익대 전뢰진교수(64·조소과)에게 특별히 부탁해 한강과 대교의 수호상으로 만든 것이다.

강남쪽에는 암수사자 2마리가,강북쪽에는 호랑이 2마리가 각각 한강을 등진 상태에서 서로 마주보며 포효하고 있는 모습이다.

모두 길이 2m,높이 1m 정도의 실제크기로 1·5m 높이의 기단위에 받쳐져 있다.

이가운데 북쪽의 오른쪽 호랑이는 아랫송곳니 2개,왼쪽 호랑이는 윗송곳니 1개를 틀니로 갈아끼웠다.

또 남쪽의 오른쪽 암사자도 아랫송곳니 1개를 새것으로 바꿨다.

모두가 10㎝쯤 되는 송곳니의 절반이상이 부서져 수호상으로서의 위용에 상처를 입었다.

자식없는 부부나 대입수험생을 둔 학부모,몹쓸병에 걸린 환자들이 근거없는 민간신앙에 빠져 한밤에 몰래 사다리까지 동원해 망치등으로 이빨을 부순뒤 부적으로 지니고 다니거나 갈아서 물에 타 마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석불의 코를 갈아 마시면 부처의 힘을 빌려 자식을 얻을 수 있다는 「주술신앙」이나 명망있는 문인의 비문을 갖고 과거를 보면 장원급제한다는 민간의 「기복신앙」에 기인한다.

즉 힘이나 기적을 상징하는 물건을 몸안에 지니면 똑같은 효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유감주술의 영향이란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영험을 느꼈다거나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같은 신앙때문에 이빠진 제왕들이 「틀니」일망정 뒤늦게 제모습을갖춘것은 지난 9월말.

차를 타고 우연히 한남대교를 지나던 이종구 전국방부장관이 이를 보고 이상배서울시장에게 시민의 입장에서 『사소한 것일수록 세심하게 돌봐야 한다』며 보치를 귀뜸해준 것.

이시장도 이를 기꺼이 받아들여 장안의 유명한 석수장이 김세중씨(38)에게 틀니 제작을 의뢰했다.

김씨는 훼손된 부분이 오랫동안 방치돼 있어 강력접착제를 쓰기위해 쌓인 때를 염산으로 3일동안이나 씻었다고 했다.

또 며칠만에 가까스로 찾은 똑같은 석재에 강력접착제를 바른뒤 부서진 이빨주위에 시멘트로 보강했다.

처음 석상을 만든 홍익대 전교수는 『비록 살아있는 동물이 아니지만 이빨이 부서져있다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아프다』면서 『말못하는 석상이라 해도 허황된 믿음때문에 시민의 재산인 수호상을 함부로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올바른 계도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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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2-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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