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서 본 극우주의/유세진 베를린특파원(오늘의 눈)

장례식서 본 극우주의/유세진 베를린특파원(오늘의 눈)

유세진 기자 기자
입력 1992-11-29 00:00
수정 1992-11-2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묄른 방화사건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27일 많은 독일정치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이날 장례식에 참석한 정치인들은 모두가 비통한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독일의 정치지도자들이 이날 장례식에 대거 참석한 것만으로 그들의 일이 모두 깨끗하게 처리됐다고는 결코 볼수 없다.비록 방화범이 체포됐다 하더라도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독일정부 또한 극우테러를 강력히 비난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라는 대책을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다.이는 독일정부의 지도력 부재라고도 할수 있다.

2년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통일이 이뤄질때 독일국민들은 열광했었다.그러나 이같은 열광은 통일에 따른 막대한 비용으로 경제가 곤경에 처하면서 어느덧 사라졌다.지금은 경제곤경에 대한 좌절감만 팽배해있다.지난 2년동안 이같은 국민들의 좌절감을 치유하는데 있어 독일정부는 아무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여야를 막론하고 철저한 지도력의 빈곤을 드러낸 것이다.

독일의 극우주의가 꼭 통일의부산물이라고만은 할수 없지만 독일의 통일이 결과적으로 극우테러의 확산에 크게 기여한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분단됐던 독일을 재통일시키는 위업을 이루고도 콜총리의 인기가 크게 떨어진 것은 바로 이같은 후유증을 미리 예측하지 못해 충분한 대비책을 세우지 못한 때문이다.분단됐던 나라의 재통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독일을 통해 우리는 분명히 알수 있다.

그러면 통일에 대한 우리의 준비는 어떠할까.통일에 대한 확실한 청사진은 분명히 서있는 것일까.아니면 한민주은 당연히 하나가 돼야 한다는 감정적 당위론의 차원에서 통일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일까.물론 정부차원에서 통일에 대비한 많은 연구와 준비가 있을 것으로 믿어지지만 억울하게 숨진 터키계 독일소녀의 장례식을 보면서 통일의 후유증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통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임이 분명하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느냐는 것이다.<베를린=유세진특파원>

1992-11-29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