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귀국예정일인데…”/김재순 사회1부 기자(현장)

“오늘이 귀국예정일인데…”/김재순 사회1부 기자(현장)

김재순 기자 기자
입력 1992-10-21 00:00
수정 1992-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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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 한달… 대우근로자가족 한숨

『금방이라도 남편에게서 잘 있다는 전화가 올것 같아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가슴이 떨립니다』

이란 철도공사현장에서 근무하던 대우건설 근로자들이 이란의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된지 20일로 꼭 한달.

공사현장에서 지질시험원으로 일하다 납치된 오건탁씨(50·강서구 공항동 61의232)의 부인 최동호씨(43)에게는 그 동안의 한달이 10년만큼이나 긴듯 지친 표정으로 한숨만 내쉬었다.

『뜨거운 햇볕만 내리쬐는 그런 땅에 왜 또 가려느냐고 말렸지만 대학에 들어갈 때가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돈을 더 벌어야 한다며 굳이 회사에 자청을 해 이란으로 갔습니다.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87년부터 90년 사이에도 같은 지역에서 3년동안 일한 경험이 있는 오씨는 아이들이 대학진학을 앞두고 목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또다시 열사의 땅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번 근무했던 곳이라 아는 사람들도 있고 지리도 잘 아니 걱정말라』는 말로 부인 최씨와 아이들을 안심시킨 오씨는 지난해 10월21일 1년 근무계약으로 이란으로떠나 21일이 돌아오는 날이었다.

오씨는 열사의 땅에서 일하면서도 한달에 한두차례씩 꼬박꼬박 전화를 걸거나 편지를 보내 가족을 안심시키는 일을 잊지 않았다.

공항관리공단에서 객실청소일을 하는 부인 최씨나 아이들도 오씨의 뜻을 잘 알고 근무를 마치고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했었다.『남편이 납치됐다는 연락을 받은 뒤부터 아무 일도 할수 없었습니다』최씨는 남편이 납치된뒤 만사를 제쳐두고 거의 매일 대우건설과 주한이란대사관에 찾아가 남편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뛰어다녔지만 허사였다.

최씨는 『남편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사막에서 인질이 돼 끌려다닐 생각을 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오씨의 아들(18)과 딸(16)은 『아버지가 오지에서 근무하면서도 편지를 보낼 때마다 대학진로 문제를 자상하게 일러주시곤 하셨는데…』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깨끗이 정돈된 두 아이들의 책상위에는 시커멓게 그을린 오씨의 웃는 얼굴이 유난히 강인해 보였다.
1992-10-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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