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용할 수 있는 연구과제 선택을/김재설(해시계)

활용할 수 있는 연구과제 선택을/김재설(해시계)

김재설 기자 기자
입력 1992-09-01 00:00
수정 1992-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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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가 있다.스코틀랜드 사람들의 인색함을 비꼰 이야기인데 어떤 발명가가 백불만 집어넣으면 마음에 쏙 드는 신부감이 튀어 나오는 기계를 만들었단다.전 세계 노총각들의 환호 속에 불티 나듯 그 기계가 팔리고 큰 돈을 벌었음은 물론이다.그런데 유독 스코틀랜드에서는 그 기계가 단 한 대도 안 팔렸고 사정을 알아 보려 그곳에 간 그 발명가에게 그곳 사람이 했다는 말이 이렇다.『그 기계를 어디에 쓴단 말이요,오히려 마누라를 집어 넣으면 백불이 튀어 나오는 기계를 만드시오』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정말 그렇게 인색한지 나는 모른다.출처를 잊어버린 것이 유감이지만 내가 지어낸 이야기도 아니고 내가 특정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까닭없는 편견을 가진 것도 아니다.다만 한 기술이 어느지역,어느 시대나 보편성,범용성을 갖지 못할 경우도 많다는 예로 이 이야기를 꺼냈을 뿐이다.사실 에스키모인들에게 냉장고나 에어컨은 별 필요한 물건이 아니다.태양이 푹푹 내려쬐는 열대지방 사람들에게 전기 히터의 우수성을 설명해 보아야 짜증만 듣기 십상일 것이다.

그 보다 한 사회에서 개발된 기술이 다른 사회에서 활용되지 못하는데는 이 두사회의 기술 격차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내가 미국에서 공부할때 집중연구하던 인공위성 추진용 로켓의 고체연료가 보릿고개 넘기기 힘들 던 그때 우리나라에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그 당시 우리나라에 활용할 수 없는 논문으로 학위를 따고 귀국한 많은 분들을 매도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그 때보다 우리의 기술 수준도 많이 높아져 불필요한 기술도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활용용하기에는 적어도 10년은 기다려야 하는 연구과제도 많이 있다.그래서 선진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젊은이들에게 선택의 범위가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귀국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주제를 연구과제로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학문의 세계에도 유행은 있다.선진국에서 한참 유행이 되는 소위 첨단과제는 우리나라에서 당장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그 보다는 각 학문의 기초과제를 연구하는 것이 보편성에서 유리하다.우리나라에 와서 즉시 응용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이것이 더 발전하여 첨단 학문에 연결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유학을 떠나기 전에 우리나라 연구소나 기업체에 몇년 몸을 담고 우리 실정을 파악하기를 강력히 권하고 싶다.학문의 길은 멀고 험하다.조급해야 할 이유는 없다.몇년 늦게 학위를 얻는다는 것이 결코 손해가 아니란 점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에너지기술연구소 산업에너지응용연구팀>
1992-09-0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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