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위와 체력과 정신력(사설)

체위와 체력과 정신력(사설)

입력 1992-08-21 00:00
수정 1992-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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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의 우리 학동들을 얼핏 보면 초 중 고의 구별이 잘 안된다.국민학생인데 중학생 같고 중학생은 고등학생 같아 보인다.체격면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엊그제의 교육부 발표도 그 현상을 밑받친다.초 중 고생의 체위가 크게 향상되었음을 숫자로써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중학생의 경우만 놓고 봐도 그렇다.91년도 남중생의 평균 신장은 1백57.03㎝로서 10년 전인 81년의 1백51.53㎝보다 5.5㎝ 커졌음을 보인다.여중생의 몸무게도 10년 전에 비해 평균 4.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특히 60년대 이후 우리의 체위는 이렇게 꾸준히 향상되어 오고 있다.

이는 식생활의 질적인 향상에 따른 결과임은 두말할 것이 없다.그래서 배곯고 못먹던 광복 전후의 체위와 비교하면 더욱 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앞으로도 완만하게나마 체위는 더 향상되어 나갈 것이다.그리고 이와같은 체위의 향상은 우선 반겨야 할 현상임에는 틀림이 없다.믿음직한 체위에는 믿음직한 나라의 미래가 기약되는 것이기 때문이다.또 굶주려서 피골이 상접해 있는 일부 아프리카 사람들과 대비할 때 복된 나라의 복된 표상이 된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향상된 체위가 반드시 건강한 사람임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문제도 제기된다.덩치가 크다 해서 건강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그 점에서 체위와 체력은 달라진다.깡말라서 제몸을 마음대로 추스리는 사람에 비해 몸집 큰 사람에게 여러가지 질환이 더 많을 수 있다.갖가지 성인병들이 그것이다.그것들은 영양과잉의 선진국병인 채 우리의 심각한 당면문제이기도 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성인병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의 학동들도 성인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다.지난해 서울시 교육청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서울시내 초 중 고생의 5명중 1명이 비만증이었고 그중의 79%가 당뇨병이나 고혈압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뿐이 아니다.근자에 들어서는 「성조숙증」이라는 웃지 못할 현상까지도 나타나고 있다.생후 1년반 밖에 안되는 계집아기가 유방이 나오고 생리현상을 보이는가 하면 사내아기의 경우 성기가 커지고 수염이 나는 따위가 그것이다.환경공해의 영향이라고도 하고부모의 영양과잉 때문이라고도 말하여지지만 성인병의 연령층이 낮아져 가는 현상과 결코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체위의 향상을 기뻐할 수만 없다는 까닭이 이런 데에 있다.

이 체위의 향상과 함께 또 하나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정신력의 문제이다.체위는 향상되었으면서도 정신면에서는 오히려 나약함을 보이고 있지 않나 싶은 것이다.어렵지 않고 유족하게 온실속에서 자라난 덕택에 체위는 향상되었지만 인내심이나 극기심은 많이 모자라는 것이 오늘의 우리 청소년들이다.그래서 자그마한 일에 곧잘 좌절한다.성적이 안오른다고 자살하는 경우나 용돈 안준다고 자살해 버리는 경우도 그것이다.건강한 정신력을 배양하지 못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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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위의 향상과 함께 건강한 체력을 다지게 되어야 한다.향상된 체위와 건강한 체력속에 다시 건전한 정신력이 깃들여야 한다.그런 청소년 학도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1992-08-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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