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풍수침략」 잔해 제거… 민족정기 살린다(광복절화제)

일제의 「풍수침략」 잔해 제거… 민족정기 살린다(광복절화제)

박건승 기자 기자
입력 1992-08-15 00:00
수정 1992-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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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정상 쇠말뚝뽑기 10년/광복47돌이 새로운 「우리를 생각하는 모임」/주말마다 전국돌며 철거 비지땀/뽑아낸 말뚝은 독립기념관 전시/북한에 공동작업 제의 계획

「일제가 끊어놓은 우리 영산의 맥을 되살리자」

전국의 산하를 누비며 일제가 우리명산의 정수리에 박아놓은 쇠말뚝을 뽑아내는 작업을 10년째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민족의 정기를 되찾는데 앞장서온 「우리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구윤서) 회원들.

구회장등 이 모임의 회원들은 광복47주년을 맞아 지난 12일부터 일제의 간교한 「풍수침략」의 상흔인 속리산 문장대에 올라 정상에 박힌 쇠말뚝의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우리말 찾기운동」 「우리얼 찾기운동」등을 펼쳐온 이 모임이 일제침략의 상징으로 흉물처럼 남아있는 쇠말뚝뽑기 작업에 나선 것은 지난 83년부터.

북한산등반에 나섰던 회원들이 백운대 정상 여기저기에 박혀있는 정체불명의 쇠말뚝을 발견하고 이들 쇠말뚝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각종 사료를 수집하고 고증을 구한 끝에 우리겨레의 정기를 차단하기 위해 일제가 설치해놓은 쇠말뚝임을 밝혀내게 됐다.

이에 분노를 느낀 회원들은 회지 「민족혼」등을 통해 일제때 쇠말뚝을 박는 작업등에 참여했거나 목격한 증인을 찾아나서는등 구체적인 자료수집에 나섰다.

2년 남짓한 자료수집과 현지답사를 통해 풍수지리학에서 서울의 으뜸산(조산)으로 불리는 삼각산의 백운대정상과 노적봉에만 모두 27개의 쇠말뚝이 박혀있는 것을 찾아내 제거작업에 들어갔다.

매주 주말이면 건축공사장에서 철근을 다루는 기계인 잭을 사다 쇠말뚝을 뽑기 편하게 개조해 둘러메고는 산에 올라 쇠말뚝을 하나하나 뽑아나갔다.

그동안 뽑아낸 쇠말뚝 가운데 형태가 비교적 잘 보존된 15개는 독립기념관에 기증,역사교재로 활용하게 했다.

서울시내 주요산의 쇠말뚝을 거의 모두 뽑아낸 이 모임은 그뒤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현지 노인들의 증언과 구전내용등을 토대로 일제풍수침략현장의 조사작업을 계속했다.

이 모임이 그동안 확인한 현장은 서울의 10개 지역을 비롯,▲경기·강원 25개 ▲충남·북72개 ▲전남·북 12개 ▲경남·북 8개 ▲제주 1개지역등 모두 1백30여곳에 이른다.

확인한 자료등을 살펴보면 풍수침략의 유형도 갖가지여서 산정수리에 쇠말뚝을 박은것 말고도 산등성이에 혈을 지나는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산봉우리에 쇠물을 녹여 부은 것등 간교하다못해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다.

전국에 5백여명 남짓한 회원을 갖고있는 이 모임은 그동안 벌여온 답사 및 고증내용을 토대로 다음달부터 경기·강원지역에 나가 본격적인 쇠말뚝제거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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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임의 간사를 맡고있는 국제대 서길수교수(42·경제학)는 『고증자료수집과 증인확보등에 어려움을 겪어 한때 회원들의 활동이 뜸했지만 올 광복절을 계기로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히고 『앞으로 이 사업을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켜 일제침략의 잔재를 제거해 민족적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서교수는 이와함께 『여건이 허락한다면 남북한의 이질감을 해소하는 방안의 일환으로 북한에도 공동참여를 제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박건승기자>
1992-08-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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