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원 LNG 3호선 수주전 가열(경제초점)

2천억원 LNG 3호선 수주전 가열(경제초점)

정신모 기자 기자
입력 1992-08-03 00:00
수정 1992-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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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기습에 삼성·대우 대반격/운항사 한진해운,예상 깨고 계열사 추천/삼성·대우,“기술·인력 경쟁력없다”맹공/가스공사 결정에 부담… 월내결론 내야

국내에서 건조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용 선박의 수주를 둘러싼 조선업체의 경쟁이 치열하다.오는 95년12월부터 인도네시아 아룬가스전에서 생산하는 LNG를 우리나라까지 실어나르게 될 3호선을 두고 삼성중공업과 한진중공업 및 대우조선등 3사가 서로 자기들이 짓겠다고 나서고 있다.

말레이시아 빈투르에서 생산되는 LNG를 오는 96년12월부터 수송하는 4호선의 조선소는 운항선사인 현대상선이 선형을 공 모양의 가스탱크를 선체에 탑재하는 방식의 모스형으로 선택함으로써 모스형 기술계약을 독점한 현대중공업으로 사실상 결정된 상태이다.

○4호선 현대중 유력

LNG선은 일반 선박과 달리 초고압의 액체가스를 운반하기 때문에 고도의 안전성이 요구돼 첨단 건조기술을 필요로 하는데다 건조비용도 척당 2억5천만달러(약 2천억원)나 되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다.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같은 선박을수주하려면 건조실적이 있어야 하므로 국내 조선업체들로서는 피나는 경쟁이 불가피하다.

또 국내 LNG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 3,4호선 이외에도 오는 2006년까지 적어도 6척을 더 지어야 한다.따라서 초반 승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절박감도 경쟁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다.

LNG선을 건조하게 될 조선소는 앞으로 이 선박을 운용,관리하는 해운회사가 한국가스공사에 추천한 뒤 가스공사가 한국선급·한국해사기술연구소등 국내외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아 공기·기술성·안전성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하게 돼 있다.최종 권한은 하주인 한국가스공사가 쥐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뜨거운 경쟁은 3호선의 운항선사인 한진해운이 같은 계열사인 한진중공업을 선박건조사로 가스공사에 추천하면서 비롯됐다.조선소의 규모나 지금까지의 건조실적을 감안할 때 전혀 예상치 않던 한진중공업에 일격을 당하자 삼성과 대우가 파상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진중공업은 산업합리화 대상업체인데다 은행관리까지 받고 있어 LNG선 건조는 어렵다는게 업계의 일반적인 예측이었다.실제로 한진은 지난 5월초까지만 해도 수주에 나설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2호선의 선형이 모스형으로 정해지는 바람에 눈물을 삼켰던 삼성과 대우는 그동안 3호선의 선형을 멤브레인형으로 정하기 위해 공동작전을 펴왔다.모스형과 달리 가스탱크가 선체에 내장되는 멤브레인형은 국내 조선업체가 모두 기술계약을 맺고 있어 누구나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삼성이나 대우는 3호선의 선형을 멤브레인형으로 정하는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정작 밥상을 한진중공업에 빼앗길 처지에 놓여있는 셈이다.

운항선사의 후광을 업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한진중공업은 경쟁업체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삼성이나 대우는 적어도 지난 90년부터 3년동안 LNG선의 건조를 위해 인력양성 및 기술개발등 적극적인 투자를 해 온게 사실이다.반면 한진의 경우 거의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한진이 3호선을 짓게 된다면 공연히 외국 업체에 비싼 로열티만 지불하게 된다고 비난한다.

○“운항·건조 독식” 비난

한진해운이 20년간의 수송권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한 마당에 한진중공업이 선박건조까지 맡을 경우 한진그룹은 2중의 혜택을 받게 된다는 비난도 하고 있다.이번처럼 운항과 건조를 같은 그룹이 독식할 경우 앞으로 해운회사를 갖지 않은 조선소,예컨대 삼성이나 대우는 영원히 LNG선을 지을 수 없다는 반박이다.

운항선사가 조선소를 추천하고 하주가 최종 결정하는 제도에는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20년 동안 화물의 수송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운항선사나 이에 대한 최종책임을 지는 하주가 믿을만한 조선소에 선박건조를 맡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은 경쟁력과는 무관하게 단지 같은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추천을 받았다는데 문제가 있다.조선업계에서 삼성이나 대우보다 한진의 경쟁력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경쟁업체들의 반발이 큰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3호선을 건조할 조선소는 이달중 최종결정을 내려야 한다.이래저래 가스공사의 부담만 커지게 됐다.<정신모기자>
1992-08-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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